줄거리를 살펴 보면, 통신 노동자와 인터뷰하기로 했는데 웬 꼬마가 나타났다. 술 냄새가 났다. 소년이 인터뷰를 하겠다고 했다. 벨이 쉬지 않고 울려서 아버지의 핸드폰을 대신 받았다. 상대방의 주소를 머릿속에 기억한 후 소년은 그 주소지로 갔다. 그리고, 아버지가 파업중이라 일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자는 술을 마시고 소년은 캔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했다. 다단계 하도급에 대해서. 아버지를 따라 여의도에 간 적이 있었다. 다단계 하청, 생존권, 근로기준법, 비정규직. 반복되는 단어들이 머릿속에 남았다. 벨이 울렸다. 규만 아저씨였다. 규만을 만나서 함께 하늘대공원까지 걸었다. 공원 입구에서 규만은 현수막 묶음을 바닥에 펼쳐놓고 하나하나 분리했다. 그리고 나무에 매달았다. 다음 날 집에 오는 길에 소년은 하늘대공원에 가봤지만, 규만이 걸었던 현수막이 한 개도 없었다. 소년은 규만에게 전화를 걸어서 사실을 알렸다. 다음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다시 현수막은 걸리지 않았다. 소년은 규만의 집에 가 보았다. 규만은 다시 다섯 개의 현수막을 걸었다. 일요일 낮에도 현수막은 그대로 있었다. 아버지가 소년을 흔들어 깨웠다. 아버지 오늘부터 출근한다고 하며. 파업은 끝나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출근한다고 했다. 복도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데 옆 반 선생님에게서 아버지가 근무 중에 감전 사고를 당해서 병원에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소년은 매일 의식이 없는 아버지 곁을 지켰다. 노란색 현수막이 몇 개 걸려 있고 바닥에 찢겨 떨어진 잔해가 보였다. 소년은 글씨가 다 쪼개졌다고 규만에게 전화를 걸어서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규만이 택시에서 내렸다. 규만은 쓸데없는 짓이 아니라고 했다. 분명히 보는 사람이 있고, 또리를 아는 사람들이 있을 거고, 곧 정보를 공유해 줄 거라고. 규만은 소년에게 아침을 먹으러 가자고 말했다. 어둠 속에서 소리를 질러대는 규만을 소년은 바라만 보고 있었다. 라는 내용이다. 이 소설은 비 인터뷰 형식을 빌어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프래카드를 계속 걸어놓는 규만과 현수막이 찢어지고 사라질 때마다 마음 아파하는 주인공 소년과 소년을 인터뷰하는 나, 그리고 통신 노동자로 살아가다가 의식을 잃은 아버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파업을 하던 아버지는 파업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출근을 해서 배반자 소리를 듣고 감전 사고로 의식을 잃는다. 아버지와 함께 술을 마시는 소년의 모습에서 소년과 아버지의 고단한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노동자들의 삶은 늘 힘들다. 이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는 없지만, 강자에게 희생되는 건 늘 약자이기 마련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80년대와 90년대의 사회에 대해 다시 한 번 떠올려 보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