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엄마는 살면서 총 세 번 미국에 방문했고, 최종 목적지는 언제나 시애틀의 고모할머니 집이었다. 내 생애 처음이자 엄마에게 두 번째의 미국 방문이었던 날을 나는 기억한다. 잭은 나와 엄마를 집에서 쫓아낼 때까지 나를 유니라고 불렀다. 잭은 어느 날 밤 나에게 영어로 동화를 이야기해 주기도 했다. 어느 날, 잭의 아들 데이비드가 집에 방문했고, 그날 엄마는 몸이 안 좋아 보였고, 데이비드는 자지 않고 바로 자기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우리도 잭의 집에서 쫓겨났다. 미국에서 돌아오고 몇 달 후 엄마는 마야를 낳았다. 그리고 혜정 아줌마의 미국 집에서 잠시 얹혀 살게 되었다. 혜정 아줌마의 딸 송아와 마야는 처음에는 친했지만 나중에는 사이가 나빠졌다. 마야는 송아의 눈치를 보게 되었고, 송아는 마야에게 영어로 화를 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식사를 하다가 엄마는 잭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전화로 듣게 되고, 우리들을 혜정 아줌마의 집에 놓아둔 채 이틀동안 시애틀에 혼자 다녀왔다. 혜정 아줌마는 마야에게 잘 대해주지 않았다. 엄마가 시애틀에 다녀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갔다. 잭은 내가 열네 살이 되던 해에 죽었다. 엄마는 혜정 아줌마 집에서 잠깐 살았을 때 혼자 시나몬을 사러 갔던 날 부랑배들을 만났던 일화를 이야기했다. 나는 하나의 시나몬으로 셋이 함께 나누어 먹었던 방의 온기를 떠올렸다. 우리를 환영하는 사람이 없었던 잭과 혜정 아줌마의 집에서 우리는 궁지에 몰려 있었다고, 속절없이 트렁크에 갇혀 실려가는 것과 다름없었다는 것에 대해 나는 엄마에게도, 고모할머니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아무도 나의 말을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라는 내용이다. 잭이라는 인물과 잭의 집에서 쫓겨난 이후 한국에서 와서 마야를 낳은 엄마의 이야기. 그리고 다시 혜정 아줌마의 미국 집에서 머물던 이야기, 한국에 돌아와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겨있는 소설이다. 주인공에게는 내 집이 없고 늘 남의 집을 전전했던 기억만이 남아 있다. 남의 집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던 기억, 그래서 늘 궁지에 몰려 있었던 기억만이 남아 있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하고, 아무에게도 말할 생각이 없는 혼자만의 이야기인 이 소설 속의 이야기는, 내 집이 없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조금은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내용이 아닐까 싶다. 제목 <내일의 집>처럼 주인공에게도 언젠가 내 집이 생길 것이고, 그때 또다시 미국에서의 삶을 혼자 생각하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