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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소설] 채기성, 앙상블 :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2025-03-24 08:23
작성자 Level 10

줄거리를 살펴 보면, 

 

나는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 J와 그녀의 어머니를 만나러 논현동 식당에 가느라고 버스를 탔고, 그 버스 안에서 경희를 보았다.

경희를 마지막으로 봤던 것은 그녀가 독일로 떠나기 바로 전날이었고, 그날은 그녀의 생일이었다. 그녀는 와인을 마시고 싶다고 해서 고급스러워 보이는 건물 안에서 와인을 마셨다.

경희가 독일로 떠나고 나서 나는 경희를 만나지 못했다.

버스 안이 혼잡했고, 여자와 남자 사이에 껴서 여자의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듣고 있었을 때, 경희가 여자에게 내가 싸가지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

경희와 만나지 않고 지내던 시간 동안 나는 딱 한번 그녀의 연극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경희는 중년의 여성으로 등장했고, 나는 그런 경희가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내리려는 사람들을 먼저 비집고 들어가 버스 뒤편으로 가서 아무리 찾고 둘러봐도 경희는 없었다.

한 남자가 경희의 이름을 부르며 나에게 전화를 했다. 김재철이라는 남자였다. 경희와 같은 배우였고 뮤지컬을 오래 같이 했다고 했다. 남자는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경희는 오 개월 전에 이미 떠났는데 어떻게 내가 불과 이 개월 전에 버스 안에서 마주칠 수 있었는지 이상했다. 남자는 경희가 분명히 버스 안에 있었을 거라고 말했다. 시간이 어긋난 거라고 하며, 그것은 통제에서 벗어난 시간의 왜곡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

퇴근 시간 무렵 145번을 탈 때면 버스 안쪽을 들여다 보는 버릇이 생겼다. 내 편을 들어주는 경희의 목소리가 가끔 환영처럼 들렸다.

 

라는 내용이다.

 

오 개월 전에 세상을 떠난 경희를 이 개월 전에 145번 버스 안에서 만난 나는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김재철이라는 남자는 시간이 어긋난 거라고 하며 경희가 맞을 거라고 했다. 시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오 개월 전과 이 개월 전이라는 시간 차이 속의 경희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로 이 소설이 읽혀졌다.

한번도 주인공이 되지 못한 경희는 뮤지컬을 떠나고 싶어했고, 김재철이라는 남자를 사랑하며 처음으로 삶이라는 뮤지컬 속에서 주인공이 되었다. 나는 그런 경희를 탓하고 충고했을 뿐, 단 한번도 경희의 편이 되어준 적이 없었다.

경희는 떠났지만, 나는 버스를 탈 때마다 경희가 버스 안에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들여다 보는 버릇이 생겼다. 내 편을 들어주던 경희에 대한 존재가 나에게 삶을 살아가면서 한번씩 슬금 슬금 나타나는 걸 느끼며.

과학이나 이성만으로 쓰여지지 않는 소설이라는 장르가 이 소설을 읽으며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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