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대수는 아침에 먹었던 떡의 출처가 궁금했다. 냉동실 한구석에 야무지게 꽁꽁 묶어 놓은 검은 비닐봉지 안의 딱딱하게 굳은 인절미의 출처가. 인절미를 전자렌지에 넣고 돌려 먹은 후 속이 더부룩했다. 구청에서 대수에게 전화가 왔다. 사흘 전 세입자인 외국인 노동자 썸낭이 작은 방에 미동 엎이 엎드려 죽어 있었고 대수는 119에 신고했다. 사인은 심근경색이었다. 아들 영오는 2년간 중국에 가서 사업을 할 거라고 하며 대수에게 세입자로 썸낭을 소개해줬다. 대수는 고등학교 때부터 보청기를 꼈다. 듣기 싫은 소리가 날 때면 보청기를 꺼 두었다. 그러다가 회사에서 아내의 목소리를 들었고, 그날 이후 대수는 보청기를 빼놓지 않게 되었다. 결혼 후 다시 집에서 보청기를 뺀 대수는 급전이 필요할 때마다 아내의 귓속말을 듣게 되었다. 모아놓은 돈이 조금 있다는 아내의 귓속말. 아내가 죽던 날, 중환자실로 가면서 아내는 대수를 손짓으로 불러 귓속말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대수는 그날 보청기를 끼지 않았다. 아내가 죽은 뒤로 보청기를 꼭 끼고 자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동안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가족들이 썸낭의 시신 인수를 포기한다는 전화가 왔고, 구청에서 인도적인 예산이 마련되어 있어 무연고 외국인 시신으로 화장될 것이었다. 썸낭이 죽은 지 사흘 째, 썸낭 떄문에 벌이가 시원찮았다. 오늘의 사납금이나 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썸낭의 가방을 구청에 가져다주면 모든 것이 끝난다. 구청직원은 가족들이 유품이라도 받길 원한다며 썸낭이 다니던 공장에도 유품이 남았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 대수는 썸낭이 일했던 공장에 갔지만, 그 공장은 이미 석 달 전에 문을 닫았다고 했다. 시장 떡집 기둥에는 인절미 1킬로그램 7천 원이라고 적혀 있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썸낭이 사서 먹고 냉동실에 넣어두었을 인절미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대수는 아내가 귓속말을 할 때면 뺨과 귓가를 간질이던 그 따뜻한 바람을 떠올렸다. 라는 내용이다. 참 따뜻한 소설이었다. 아내의 귓속말도 따뜻했고, 대수에게 아내가 귓속말을 할 때 뺨과 귓가를 간질이던 그 따뜻한 바람을 생각하며 마음이 따뜻해졌고, 세입자 썸낭의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갖고 뒤처리를 하는 대수의 모습도 참 따뜻했다. 이곳에서는 행복하지 않아 외국으로 가는 아들 영오와 모국에서는 행복할 수 없어서 이국땅에 돈을 벌러 온 썸낭의 모습이 다른 듯하면서도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영오는 썸낭의 보증금을 가로채 중국으로 가고, 대수는 보증금의 증거를 없애기 위해 썸낭의 노트에서 보증금 부분이 적혀 있는 부분을 찢어 없앤다. 아들이 다시 연락하지 않을까 두려워서 보증금에 대해 물어보지도 못하는 힘없는 늙은 아버지 대수의 모습에서 이 시대의 아버지들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 무연고 외국인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만들어준 이 소설을 재밌게 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