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보안출입초소로 들어온 진영은 관리자에게 신분증과 휴대전화를 맡기고 교도관과 함께 철문 안으로 들어갔다. 접견실에서 진정인을 만났다. 진정인은 사회에서부터 사망자와 막역한 사이였다고 했다. 이제 출소 열흘을 남겨둔 그에 따르면, 천식이 있던 오십 대 사망자는 수감 생활 내내 똑같은 약만 처방받았고 증상이 심해져서 외진을 신청했지만 의무과에서는 불허했다. 사망자는 진료실에서 항의했다고 기록되어 있었으나 진정인은 그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소란을 이유로 사망자는 징벌방에 들어갔고, 사흘째 새벽 사망자는 천식 발작을 일으키고 사망했다. 진정인은 징벌방에선 계구 때문에 옴짝달싹 못한다고 했다. 죽을 때까지 계꾸를 채운 거라고 주장하면서. 진영은 접견실을 나와 교도관과 함께 의무동으로 갔다. 하필 그때 천식 발작이 일언ㄹ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느냐고 의무과장은 말했다. 진영은 연구실에서 사망자의 계구 착탈 영상을 거듭 보았지만 의심쩍은 부분이 많았다. 조사를 마치고 진영은 진정인은 언제 출소했는지 물었으나, 출소가 연기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중앙복도에서 업무동으로 나가던 출입구의 이중철창이 또 말썽을 일으키자 교도관은 무전기를 꺼내 참에 갇혔으니 빠른 조치를 해달라고 전달했다. 진정은 마지막 면담에서 과실 여부만 알고자 한다고 했으나 의무과장은 확고했다. 소아강간범이 죽은 일이라고 하는 의무과장에게 진영은 사망자의 좌질은 상관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대부분은 그저 조급했을 뿐이라 이곳에서 평생을 보냈다고 했는데, 그러면 나머지는 뭐냐고 진정은 의무과장에게 물었고, 의무과장은 이미 잘 알고 있지 않느냐고 답을 했다. 숱한 짐승을 도륙해왔다는 당당한 고백이었다. 참 아닌 곳은 없었다. 그는 어느 쪽으로 문이 열릴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라는 내용이다. 나에게는 생소한 분야의 이야기였다. ‘참’이라는 단어도 생소했고, 교도소, 그리고 예방의학 전문의라는 직업 자체도 생소했다. 생소한 제재들로 만들어진 이 소설을 읽으며 때론 추상적으로 생각했고, 때론 구체적으로 상상했다. 낯선 제재들이지만 이 소설 안에는 인간이 있다. 인간의 모습들이 있고, 인간들이 있다. 교도소 의무과장의 이야기와 진정인의 이야기가 다르고, 어떤 정황들이 펼쳐졌는지 우리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소아강간범은 도륙당해도 되는 건지에 대한 진정의 문제제기, 파렴치한 소아강간범이 죽은 것일 뿐이라는 의무과장의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대부분은 그저 조급했을 뿐이라 교도소에서 평생을 보냈는데, 나머지는 뭐냐고 물었던 진정의 질문에 의무과장은 비꼬며 이미 잘 알고 있지 않느냐고 답하는 부분도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선과 악 하나만을 취해서 만들어진 인간은 없다. 선과 악의 배합의 문제이고, 또 그 배합이 문제라고 해도 인간이 인간을 도륙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