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버지와 막걸리에 녹두굴전을 먹었다. 아버지와 수다를 떨며 마셨다. 오랜만에 마신 막걸리는 맛있었다. 술을 잘 못하지만, 가끔 종류별로 조금씩 마시기는 한다.
알바몬앱을 켜서 잠시 구인공고를 봤다. 당장 일할 건 아니지만, 일자리가 얼마나 있는지 궁금해서. 아니나 다를까 마땅한 일자리가 많지 않았다. 6월에는 일을 해야겠다 싶다.
너무 오래 놀면 일하기가 힘들다. 취직도 힘들고, 입사해도 교육 후 투입되었을 때 적응하기가 힘들다. 경제불황이라 고객들은 많이 날카로울텐데, 상담사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상담 자체가 쉽지 않다.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는 일. 상담이라는 직업. 누군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나는 나만의 프로의식으로 일을 한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일하지 않으면, 일을 버티기가 어렵다. 고객과 나의 일대일 대화의 장. 고객은 나에게 끝없이 불만이나 힘든 점들을 털어놓고, 나는 그것에 대해 감성케어를 해야 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줘야 한다. 일할 때 만큼은 나는 프로이다.
친구들은 나에게 경력이 있지 않느냐고 말을 했다. 그래서 웃으며 이것도 경력이냐고 하긴 했지만, 그 짧은 경력을 쌓기까지 나는 참 많이 힘들었다. 그 애매한 경력 덕택에 이력서를 넣으면 서류전형은 대체로 합격된다. 난이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적당한 경력이 도움이 된다.
일을 할 때 만큼은 진심을 다해 일한다. 그리고 통화가 끝나면 때때로 탈진한다. 사람의 마음은 서로 통하기 마련이고, 내가 진심을 다하는지 건성으로 하는지 고객은 금방 캐치한다. 진심을 다하면 에너지가 다 빠져나간다. 건성으로 하면 고객불만이 가중된다.
상담을 하며 소설을 썼던 작년 한 해. 상담을 하며 소설을 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웠다. 지쳐서 글을 쓸 여유가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삶의 활력이 되었다.
이십 대 떄의 나에게 소설은 일종의 종교 같은 것이었고, 지금은 그때와 조금 다르다. 소설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하나의 도구라고 말씀하셨던 선생님의 말씀 덕택에, 나는 건강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내 인생의 도구가 되었으면 했던 소설은, 소설을 쓰면서 도구가 된 게 아니라, 일종의 장식품 같은 존재였지만, 나는 그것도 없었으면 정말 힘든 인생을 살 뻔 했다.
돈이 전부인 세상. 살기 팍팍하다는 뜻이다. 살기 팍팍해지면, 돈이 전부인 세상이 된다. 사람들은 돈을 쫓지만, 돈은 사람들의 손아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돈의 속성이다.
재테크의 시대가 되었다. 일종의 도박의 시대. 도박에 성공하면 돈을 벌고, 도박에 실패하면 빚을 지거나 돈을 잃는 시대. 성공보다 실패의 확률이 더 큰 시대.
우리 청년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이 사실 많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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