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다녀왔다. 혈액종양내과 진료를 받고 진통제 몇 가지를 받아왔다. 이미 뼈와 림프절부터 시작해서 장기에 다 퍼졌다고 의사가 말했다. 호르몬 치료라도 한번 해 보시겠어요? 라고 의사가 물었지만, 40kg도 안될 게 뻔한 아버지의 몸무게로 호르몬 치료가 가능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통증 관리를 하기로 결정했다.
택시를 타고 병원에 다녀와서 진통제를 드신 후 아버지는 아주 조금 편해보이셨다. 아버지나 나나 양보다 질이다. 우리는 양보다 질을 택했다.
전립선암 3기 진단을 받고 호르몬 치료 주사를 복부에 몇 번 맞으신 후 아버지는 도저히 못하겠다고 하셨다. 너무 아프다고, 힘들다고, 안 하겠다고. 그래서 우리는 병원 치료 대신 함께 여행을 다니고 맛있는 것들을 먹으러 다녔다. 아버지는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으신다고 하며,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하셨다.
아버지 연세가 80세이다. 내년이면 81세이다. 올해를 넘길 수 있을까 너무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 올해는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보름 후로 다시 혈액종양내과 진료 예약을 잡고 집에 왔다. 택시에 한번 타고 내리는 것도 나와 아버지 둘이서는 불가능하다. 택시기사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늘 기사님들이 도와주시고, 그 덕택에 병원에 다닐 수 있어 다행이다.
요즘 내가 예민해졌다. 내일까지 내 소설을 강의 텍스트로 제출해야 하는데, 9월에 써 두고 한 번도 읽어보지도 못했다. 12월은 아버지에게 집중하고, 내년부터는 다시 조금씩 공부도 하고 소설도 써야 겠다.
아버지는 아이가 되셨다. 같이 나란히 누워서 놀고, 이야기하고, 손잡는 걸 좋아하신다. 말수는 더 줄어드셨고, 모든 건 손가락으로 표현하신다.
뼈전이가 되서 통증이 심해요. 진통제 꼬박꼬박 시간 맞춰 먹이세요. 의사가 나에게 말했다.
아버지와 더 많은 좋은 시간들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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