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학 친구 모임이 있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서로의 고민과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수다를 떨었다.
이제 오십대가 되었다는 자각. 우리들은 그 화두로 오랜 시간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서 느껴지는 허탈감, 외로움, 자기 자신에 대해 남은 게 없는 듯한 느낌. 그런 감정들을 겪는 한 친구와 우리 나이에는 자기애를 갖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친구는 맞다고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강 소설가의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읽은 친구들과 작품 이야기도 하고, 소설이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내 소설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친구들은 대학 때 여리기만 했던 내가 당당해졌다는 이야기를 하고, 나는 웃었다. 대학 때의 이야기도 하고, 살아온 이야기도 하고, 내 직업에 대한 이야기도 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친구들은 나더러 대학 때까지 평탄하게 살다가 그 후 정말 파란만장하게 살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맞다고 하며 웃었다. 나의 파란만장한 삶을 바라봐 줬던 내 친구들. 그들의 인생은 나만큼 파란만장하지 않았지만, 주부로서의 삶은 쉬운 삶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젠 경제적으로 안정을 이루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친구들. 그들은 오십대가 되어 잃어버린 나를 찾고 싶어했고, 찾는 방법을 모르겠다고 했다. 파란만장했던 나의 삶에도 이젠 조금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하며 그들은 나를 바라보았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감당해야 하고, 자기가 극복해야 한다. 누가 대신 해줄 수 없고, 친구라고 해도 힘들 때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이외에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오랜 친구들이라서 뭔가를 감출 수는 없다. 그들은 다 알고 있고, 내 소설을 통해 내 삶을 클로즈업해 바라보는 능력이 있으니까. 편해진 나를 보며 좋아해주는 친구들 덕택에 행복했다.
오늘 하루는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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