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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시간의 힘2025-08-18 17:58
작성자 Level 10

시간이 주는 힘이 크다.

잊혀질 것 같지 않은 사건들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잊혀진다.

그리고 너무 큰 고통도 시간이 지나면 그리 아프지 않게 된다.


십오년 전쯤, 사방이 막혀서 암담했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십오년 밖에 안 지났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십오년이라는 시간동안 최선을 다해 살면서 나의 힘들었던 것들을 극복해 나간 것 같다.

그리고 생각하게 되었다.

뭔가를 극복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처럼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요즘, 나만의 행복감에 젖어있다.

간단한 집안일과 아버지를 보살피는 일만 할 뿐, 나머지 시간은 전부 다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요즘, 행복하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자기가 느끼는 것은 다를 수 있다는 걸 생각하는 요즘이다.


중년의 나이.

내 어깨에 짊어졌던 무거운 돌덩이를 내려놓은 느낌이다.

돌덩이가 뭐라고 그렇게 낑낑대며 짊어지고 있었을까.

좀 홀가분하게 내 남은 삶을 살아보려고 한다.


점점 약해지시는 우리 아버지를 보며, 나도 그렇게 되겠지, 라는 생각을 한다.

작년과 올해, 아버지의 상태가 너무 다르다.

적당한 시기에 회사를 그만둔 것 같다.

이젠 혼자 집을 지키며 티비를 보시기에 무리인 우리 아버지.

이젠 내 손이 필요한 시기이다.


나를 보면 아버지는 종종 안쓰러워하신다.

슬픈 표정을 짓기도 하시고, 안쓰러워하시지만, 정작 나는 태평하다.

밝아서 좋아.

아버지는 종종 나에게 그렇게 말씀하신다.


사랑 듬뿍 받으며 살아서 행복했어.

잘 키워줘서 정말 고마워, 아버지.

라고 나는 종종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그러면 아버지는 내 손을 잡으신다.


고통스럽고 잊혀질 것 같지 않은 사건들은 이제 잘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색깔들도 빛이 바래듯이, 마음의 고통, 아픔도 점점 무뎌지는 것 같다.

시간이 주는 마약, 시간의 힘이다.


오늘은 강의가 있는 날이다.

열심히 텍스트도 읽고, 내 작품에 대해서도 생각해 두었지만, 막상 발표할 때가 되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올해 1월에 처음 강의 들었을 때보다는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

이십년 넘게 쉬다가 다시 시작한 소설.

이십여 년동안 내 인생을 잘 살아왔으니 소설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시간의 힘을 믿으며, 나는 또 앞을 보며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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