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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생각이 많은 밤에2025-08-27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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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소변통을 비우고 아버지를 침대에 눕혔다.

아버지는 누워서 티비를 보고 계신다.

소변줄을 끼운 게 조금 충격이셨나보다.

말씀도 별로 없으시고 혼자 쉬고 싶다고 하신다.

조금 있으면 잠이 드실 것이다.

나도 충격이었는데 아버지는 오죽하셨을까.


아버지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동안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려고 한다.

6년동안 아버지와 참 즐겁고 행복하게 보냈다.

여행도 많이 하고, 술도 자주 마시고, 외식도 많이 하고, 이야기도 많이 했다.

이젠 내가 아버지 곁에 있어드려야 할 시간이다.

시간이 얼마나 허락할지는 알 수 없지만, 행복하게 보내려고 한다.


아버지는 병원에 다녀와서 많이 지치고 피곤해하시고, 무표정하시다.

오늘은 나도 아버지에게 위로가 되어드리지 못하나보다.


병원에서 기다리며 아버지가 도너츠가 먹고 싶다고 하셨다.

병원 1층에 도넛 가게가 있었다.

병원에 가면 그곳에서 아버지와 늘 커피와 빵을 먹곤 했다.

오늘도 그곳에서 아버지와 함께 커피와 빵을 먹었다.

아버지는 그 시간이 좋으신 것 같았다.

커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이게 아이스 아메리카노야.

라고 내가 말했고 아버지는 그러냐고 물으셨다.

그러더니 조금씩 커피를 드셨다.


아버지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엄청 길지 않다는 걸 이젠 내가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됐다.

받아들이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생각이 많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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