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 곧 깜깜해질 것이다. 벌써 저녁 시간이 되었다.
라면을 끓여 먹었다. 오랜만에 라면이 먹고 싶어서 마트에서 라면을 사 왔다. 잠깐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같이 일했던 직원이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몸은 좀 어때? 괜찮아? 라는 직원에게 씩 웃어보이며 괜찮다고 했다. 잠깐 서로 얼굴을 보고 안부를 나눈 후 집에 와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설거지를 해야 하는데 귀찮아서 미루고 있다. 흐린 하늘을 보며 커피를 마실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
인생이 아르바이트였던 것 같다. 직장도 아르바이트처럼 다녔고, 다양한 직종에서 아르바이트 삼아 일을 했다. 인생이 아르바이트면 평생 아르바이트생 밖에 되지 못한다. 그래서 늘 평범하게 살았지만, 그게 소설을 쓰고 공부하는 데는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다.
우리 나이 이제 51이야. 라던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80대의 기준에서 우리 나이를 바라보면 아직 청춘인 거다. 물론 30대의 기준에서는 중년을 넘어가는 나이이지만. 나는 내 나이를 젊게 생각하기로 했다. 20대, 30대들과 함께 직장생활을 했던 시간들이 있어서, 그들의 사고방식이 나에게 배어 있나보다.
건강관리를 꾸준히 해야 하지만, 그것도 결국 나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반쯤은 내 의지에 달려있고, 반쯤은 하늘의 뜻이 아닐까. 일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소설을 쓰는 자체가 나에게는 내 건강관리의 비법이다.
호중구 수치가 700이예요. 라며 나를 쳐다보던 의사의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서 어쩌라고! 의 마음으로 의사를 바라보며, 700요? 라고 되물었다. 백혈구수치는 2000이니 이번엔 약을 드릴게요. 라던 의사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나에게 또 하나의 숙제가 생겼다. 다음 번 검사 때까지 호중구 수치를 900 근처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그건 일종의 운이다.
하늘이 점점 깜깜해진다. 밤에 비가 많이 오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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