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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아버지의 호출2025-11-16 19:52
작성자 Level 10

옆에 있어달라는 아버지의 호출로 인해 달려갔다가 왔다.

몸이 좋지 않아 혼자 계시기가 불안하신가 보다.

요즘 호출이 잦아졌다.


닭 삶아 드리면 닭다리를 하나 드시겠느냐고 아버지께 물었다.

아무것도 못 드시는 아버지가 과연 닭다리를 드실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아버지는 드시겠다고 했다.

내일 닭을 삶아드리겠다고 했다.


아버지가 주무실 때까지 옆에서 손을 잡아드리고 보듬어드리다가 잠이 드신 것 같아 시장에 가서 토종닭 작은 것을 한 마리 사 왔다. 깐마늘과 한방팩도 함께.

내일은 닭을 삶아 먹어야겠다.


영광굴비가 드시고 싶다고 해서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해서 냉동실에 잔뜩 넣어두었더니, 이젠 드시기 싫다고 하시며 안 드시겠다고 한다.

딸 반찬 없을까봐 그러시는 걸까.

안 드실 거면서 모든 반찬들을 다 사서 쟁여놓게 만드는 우리 아버지.


아버지가 오래 못 사실 것 같다는 불안감이 생긴다.

오늘은 꿀물 한 모금, 뉴케어 한 모금, 깨죽 한 모금을 드시고 나머지는 남기셨다.

남긴 건 내가 다 먹어 치웠다.

드시는 게 없고 물도 많이 안 드시니 소변량이 줄었다.


내 방이 있어서 혼자 생각도 정리하고 마음도 정리할 수 있어서 좋긴 하다.

이제 두어달 후면 방을 비워야 하지만.

일 년동안 이 방에서 공부도 많이 하고, 책도 많이 읽고, 소설도 조금 썼다.

이젠 아버지 옆에서 계속 공부를 하고 소설을 써야겠다.


다이어트는 대충 성공했다.

올 일 년, 살과의 전쟁이었는데, 성공한 것 같다.

내년까지 3kg만 더 빼야겠다.


회사를 다닐 땐 스트레스 때문에 살이 찐다.

쉬지 않고 먹고, 마시고, 또 살 찔 음식들만 골라 먹으니까.

스트레스 받는다고 술도 마시고, 야식도 먹으니까.

오후 근무자로 일할 때는 새벽에 자니까.

지금은 스트레스도 많지 않고, 폭식을 하지도 않고, 되도록이면 과식도 하지 않고 가볍게 먹으려고 한다.

과식을 하면 속이 불편하고 짜증이 나는 탓에.


아버지는 요즘 말씀이 없이 조용하시다.

늘 옆에 나를 불러두시고 조용히 혼자 눈을 감고 주무신다.

유일한 낙이 담배 피우시는 거다.


다시 아버지께 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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