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케어하면서 짬짬이 단편소설 6편을 재독했다. 소설과 함께 한 하루였다.
방금 독서를 끝내고 커피를 마시고 있다. 여섯번 째 소설을 7장 분량으로 초고를 썼다. 중후반은 날림으로 써서 다시 써야 한다. 다음 달에 느긋하게 수정을 하려고 한다.
다음 주 강의를 듣고 나서부터는 다음 달 강의시간에 제출할 내 소설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엉망인 소설이지만, 올 봄 소설보다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간단한 문장 오류 정도만 수정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좀 멍한 독서를 했다. 꼼꼼하게 읽어야 하는데 멍하니 흘려 읽은 느낌이다. 그래도 읽었다는 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올 1월에 강의를 다시 듣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하루에 세 편의 단편소설을 읽는 게 너무 버겁고 힘들었다. 하루 한 편도 겨우 읽었는데, 이젠 독서는 할 만 하다.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모두 정리했더니 삶이 단조로워졌다. 단조로운 삶 속에서 단순하게 살아간다. 누군가 내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간섭하는 게 싫어서 애써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데, 가끔 그 거리를 좁히며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어서 힘들 때가 있다. 그래서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모두 정리했다.
혼자 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아버지와 함께 잠시 이야기를 하는 하루의 일상. 점점 내 방에서 보내는 시간은 줄어들고, 아버지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티비 소리를 '조용히'로 눌러두고 나는 아버지 옆에서 소설을 읽곤 한다. 아버지는 그런 나를 지긋이 바라보시다가 혼자 잠이 드신다.
여섯번 째 소설을 쓰고 있어. 다음달에 수정할 건데 완성되면 아버지께 제일 먼저 보여줄게. 라고 말씀드렸더니, 아버지가 빙긋이 웃으셨다.
삶의 루프에 빠져 허우적대며 살아가던 나에게, 아버지는 어느 날 조용히 말씀하셨다. 그렇게 사는 거 아니야. 그렇게 살지 마. 라고.
겨우 일 년 쉬었을 뿐인데, 회사생활을 그만둔 지 정말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이다. 안녕하십니까. 000상담사 배재연입니다. 라는 첫 멘트가 이젠 가물가물하다.
인간을 상대하는 직업이었기 떄문에 그래도 오래 하지 않았나 싶다. 사람들의 다양한 불만사항들을 달래주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때론 인간 대 인간으로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나눌 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것으로 위안 삼으며 하루하루를 버텨 나갔던 것 같다.
다시 하라고 하면 이젠 못할 것 같다. 이젠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오늘의 독서는 끝났다. 커피가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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