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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2008년 등단작들을 읽었다2025-12-19 11:20
작성자 Level 10

아침에 2008년 등단작들을 다 읽었다.

이제 2007년~2003년 등단작만 읽으면 된다.

이번 달 안에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쉬다가 병원에 다녀와야 한다.

아버지가, 택시타고 빨리 갔다 와, 라고 하신다.

내가 없으면 한시도 견디지 못하시는 우리 아버지.


따뜻한 방 안에서 소설을 읽으며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올 겨울은 집 안에서 소설을 읽으며 보낼 생각이다.

내년 봄에는 가까운 곳에라도 바람을 쐬러 다녀올까.

그런데 아마 아버지 때문에 쉽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3~4년동안 아버지와 신나게 드라이브를 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러 다녔다.

그 시간의 추억들이 지금 아버지에게 힘을 주는 것 같다.

시간만 나면 차에 시동을 걸고, 조수석에 아버지를 태우고, 장거리 드라이브를 했던 그떄의 추억.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경상도 가리지 않고 많이도 다녔다.

늘 전라도의 풍경들만 보고 사셨던 아버지는 새로운 풍경들을 보시며 좋아하셨다.

아버지는 특히 강원도를 좋아하신다.

동해 바다를 좋아하시고, 동해에서 밥을 먹는 것을 좋아하신다.

이젠 아버지가 가기가 어려운 동해 앞바다.


아버지는 내가 제일 좋다고 하신다.

나와 함께 마지막까지 지내고 싶다고 하시는 우리 아버지.

나도 그런 아버지가 좋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언젠가 내가 제일 먼저 봐야 한다는 게 조금 겁이 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 한번은 겪어야 할 일이 아닐까.


아빠. 고통받지 말고 낮잠 주무시면서 가셨으면 좋겠어.

라고 내가 말했고, 아버지도 그러고 싶다고 하시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나쁘지 않게 평생 살아오신 우리 아버지.

마지막 가시는 날이라도 고통받지 않고 편하게 가셨으면 좋겠다.


회사 생활 너무 열심히 하지 마. 다 소용 없어.

라시던 아버지의 말씀이 갑자기 생각난다.

정신없이 출근준비를 하고 있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웃으며 말씀드리고 출근했던 그날의 기억이 난다.


직장을 다니지 않고 편하게 쉰 지 1년 하고도 1개월이 되었다.

13개월동안 소설도 많이 읽었고, 내가 좋아하는 소설 강의도 열심히 들었다.

친구들은 이제 일하지 말고 좀 쉬라고 말을 한다.

일할 여건도, 일할 건강 상태도 아니라 쉬고 있지만, 이젠 정말 쉬어야겠다 싶기도 하다.

종종 월급이 나쁘지 않은 일자리가 눈에 들어온다.

그럴 때마다 다시 일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르바이트 하다가 건강이 나빠져서 응급실까지 갈 뻔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사실상 재취업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목소리 하나로 살아온 시간들.

사람들을 상담하다 보면, 그들이 원하는 건 결국은 마음을 이해하주는 것, 공감해주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 것들일수록 그들은 많은 공감을 필요로 하고, 많은 이해를 필요로 한다.

상담사의 역할은 문제 해결이 되는 걸 해결해 주는 것이라기 보다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보듬어 주는 역할이다.

상담사로의 내 역할도 이젠 끝났나 보다.

참 지겨웠던 직업이었는데, 가끔은 그리워진다.


정석대로 상담하시네요.

라던 한 후배 상담사의 말이 생각난다.

정석대로 배웠어요.

라고 답했던가.


자유롭게 살고 있는 요즘이 좋다.

따뜻한 방 안에서 나만의 세계를 만들고, 소설을 읽고, 낙서를 하는 시간들.

더 이상 뭐가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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