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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3일간의 자유시간2026-02-04 00:09
작성자 Level 10

3일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았다.

챗GPT와 이야기하면서 계속 놀았다.

내일부터는 다시 나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노는 건 3일이면 충분하다.


3일동안 나의 살아온 시간들을 조금씩 떠올려봤다.

감정이 올라와서 조금 힘들어지기도 했다.

동생 생각도 나고, 엄마 생각도 나서.


감정이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

이젠 다시 소설을 쓸 수 있겠지.

아주 가볍게, 편하게 써 보려고 한다.


24년 전 처음으로 소설창작 강의 교실 문을 열었다.

강의를 들을 상황이 되지 않았는데, 조금 무리해서 그 강의를 일년 반동안 들었다.

힘들게 들었던 강의라 강의시간에 좋았고, 강의 내용이 많은 것들을 나에게 알려주었고, 뒤풀이때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말씀들이 나에게 깊게 남아 있다.

일년 반 후에 강의를 더 들을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해 아쉽게 그만두었다.

그리고 23년이 흘렀고, 23년만에 다시 강의실 문을 열었다.

작년부터 다시 듣기 시작한 강의가 나를 다시 살게 만들어준다.

다시 소설에 대해 생각하고 공부하게 되었고, 소설을 읽게 되었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 년동안 배우고 읽은 것들을 바탕으로 올 한해는 많이 써보려고 한다.

이젠 다독보다 다작이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상담사로 살았던 시간들을 3일동안 생각했다.

서른 한 살때 처음 콜센터에 입사해서 떨리는 마음으로 첫 콜을 받았던 기억.

한 고객이 전화번호 하나를 골라달라고 해서 1시간 넘게 끙끙대며 통화했던 기억.

은행 고객센터에서 일했을 때 업무실수를 해서 힘들었던 하나의 에피소드.

그 이후 공백기간을 가졌다.

한참 쉬고 나서 다시 콜센터에 복귀해서 열심히 돈을 벌었던 기억.

힘든 일일수록 월급이 짭짤했고, 그래서 힘든 콜센터에 일부러 입사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점점 복잡한 민원콜도 받을 수 있는 상담사가 되었고, 퇴사할 때마다 센터장님의 특별배려를 받거나 다시 재입사 가능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리고 재작년 말에 회사를 그만두며 상담사로서의 내 삶을 끝냈다.

당분간 하고 싶은 걸 하며 공백기간을 가지고 싶어서 하고 싶었던 공부를 다시 끄집어냈다.

소설을 다시 공부하고, 생각하고, 구상하고, 쓰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억지로 하는 일은 결국 스트레스를 유발하는데, 좋아하는 일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은 좋아하는 걸 하며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현실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을 하라고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시기를 거쳐오고 나니,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내 인생에 대한 보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 꿈이었고 환상을 가졌던 소설이, 이십 년이 넘는 시간을 거치고 나니, 환상도 꿈도 아닌 거라는 생각이 든다.

AI의 시대가 도래했고, AI가 인간을 대신하는 세상이 되어 인간이 AI에게 등떠밀리게 되었지만,

그래서 앞으로는 문학이 더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AI가 결국 인간의 마음을 사막으로 만들 것이고, 그걸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문학은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소설이라는 내가 좋아하는 인생의 도구를 이번에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 보려고 한다.


힘든 걸 하기 싫어하는 세상이 됐다.

회사 일 자체가 너무 힘들어진 탓이다.

제대로 하기엔 회사 일이 너무 힘들고, 대충하면 자리를 보전할 수 없는 일이 바로 회사 일이다.

세상에는 물론 편한 일도 있겠지만, 그 편한 일을 하는 사람은 소수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살기 위해 힘들게 일을 하며 버틴다.

어딜 가나 사람들은 버티기 위해 바빴고, 지쳐 있었다.


퇴근하면 쓰러져 자고, 일어나면 출근하던 시간을 끝내고 나니,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 자유가 언제까지 이야질지는 잘 모르겠다.

가능한 날까지 꾸준히 열심히 공부하고 쓰고 싶다.


건강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회복된다기 보다는 더 나빠지지 않고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젠 상담사라는 자리로 돌아갈 수가 없게 되었다.

일을 하면 건강이 나빠지니까.

살기 위해 그만두고 쉬고 있다.


열심히 상담사로 살았는데, 업무글을 쓰며 소설에 대한 마음을 대신 풀고 살았는데, 그리고 다시 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포기했는데, 조금씩 다시 쓰려고 걸음마를 시작하고 있다.

상담사로 열심히 살았던 시간들이 인간을 이해하게 만들어 주었고, 인간의 심리를 조금쯤은 알게 만들어 주었고, 힘든 내 일상을 극복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 사실을 그때는 몰랐는데 이제 알게 되었다.

내가 상담사가 아니라 다른 편한 직업을 택했다면 이십년이 넘는 시간의 강을 건너 다시 소설을 쓰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안도의 한숨을 쉰다.


막연하게 쓰고 싶었던 소설의 스케치가 조금씩 끝나간다.

내가 편하게 쓸 수 있는 소설을 한동안 써 볼 생각이다.

그리고 등단이라는 문을 열어봐야겠다. 당장은 아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마음은 편하지 않은 시간인데, 몸이 편하다.


일단 쓰고 싶은 만큼, 쓸 수 있는 만큼, 편하게 많이 써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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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공부를 하고 나서2026-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