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광주에 왔다. 오후 늦게 광주행 버스를 탔고, 밤에 도착했다. 충장로에 예약해 둔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밤거리는 한산하고, 곳곳에 임대문의 종이가 붙어있다. 충장로 상권이 죽었다는 말이 실감났다.
한때는 이곳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생활을 하고, 공부를 했었다. 충장로 거리를 걸으며 분식집에서 김밥과 떡볶이, 어묵 등을 사 먹고,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나 주스를 마시고, 광주우체국 앞에서 만나기로 친구들과 약속을 하곤 했다.
아버지를 보내 드리고 나서 문득 광주에 오고 싶어졌다. 집안이 적적하고 고요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버스를 타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점점 어두워져 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광주에 살 때는 크게만 느껴졌던 유스퀘어(고속버스터미널)가 그리 크지 않게 느껴졌고, 크게만 보였던 광주우체국이 정말 작게 느껴졌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나도 나이를 많이 먹었다. 내 기억 속의 광주와 지금의 광주가 같을 수가 없다. 광주도 그 사이에 많이 변했다.
원래 광주를 거쳐 전남의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올라 갈 생각이었는데, 생각을 바꿨다. 그냥 내일 서울로 올라가기로 마음 먹었다.
터미널에서 충장로까지 택시를 탔는데, 택시 기사가 노골적으로 작업을 걸었다. 내 나이에 당하는 작업이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밤이라 택시기사의 노골적인 작업이 사실 무서웠다. 결국 택시기사는 나를 충장로에 내려주고, 즐거운 여행 하라는 끝인사와 함께 사라졌다.
내일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다시 집으로 가려고 한다. 하룻밤의 여행인데도 마음이 많이 정리됐다. 이젠 고향이 낯설다는 느낌. 고향을 그리워하는 부모님이 안 계신다는 사실. 그래서 이젠 고향에 내려와 살아야 하나 하는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길거리에서 만난 광주 아이들을 보며, 나의 학창시절을 생각했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하는 생각. 이젠 내 자리에서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 아버지가 말씀하셨던 대로,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 행복해야겠다는 생각, 건강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버지의 유언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어두운 호텔방에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며, 오늘 밤 날을 샐까 고민하고 있다. 밖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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