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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5월의 첫날2026-05-01 12:58
작성자 Level 10

5월의 첫날, 한달동안 읽을 책 목록을 작성했다.

넉넉히 작성해 두었기 때문에 다 읽지는 못할 수도 있다.

천천히 한 권씩 읽으며 소재도 찾아보고 소설 공부도 하고 나만의 독서 재미도 느껴보고 싶다.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요즘 나의 하루는 늦은 오전에 시작된다.

그리고 아침이 다 되어서야 잠이 든다.

야행성이 되어버렸다.

고치려고 해도 잘 고쳐지지 않아서 한동안은 이대로 살아보려고 한다.


5월의 첫날.

동네 산책을 할까 하다가 집에 있기로 했다.

오늘은 집에서 책 읽고 음악 듣고 한달의 계획을 조금씩 세우며 시간을 보내야겠다.


이젠 혼자 있는 시간에 익숙해졌다.

아버지가 떠나신 지 한 달이 넘었으니 적응이 되는 게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이 고요가 싫었고 견딜 수가 없었는데, 이젠 이 고요함이 편하다.


일주일 가까이 공부를 거의 하지 않고 놀았다.

하루 한 시간 정도의 책 읽기만 겨우 하고 놀았다.

가끔은 그런 때도 필요한 것 같다.


우리 엄마가 자식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 하느라 못 살아본 자유시간을 나는 살고 있다.

엄마는 가정에 최선을 다했고, 나는 가정을 만들지 않았다.

엄마처럼 살기 싫어.

라고 학창시절 나는 종종 엄마에게 말했고, 엄마는,

그럼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라.

하시며 웃으셨다.

엄마는 전업주부로 평생 최선을 다해 사신 분이다.

나에게는 그 생활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다.


늘 사회생활만 하시던 아버지가 퇴직과 함께 집에 들어왔을 때, 가족들은 잘 적응하지 못했다.

아버지도 적응이 필요했고, 우리도 적응이 필요했다.

그게 한국에서 그 시대의 가장의 비애가 아니었을까 싶다.


아버지가 바빠서 못 다 해 주셨던 사랑을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나에게 다 주고 가셨다.

책을 읽는 내 모습이 대견하다고 하시며 아버지는 뭉클한 감동을 받으시는 것도 같았다.

아버지 시대에는 다양한 책을 읽을 만한 여유가 없는 시대였다고 하시며, 너는 많이 읽어라, 하셨던 오래 전 아버지의 말씀이 문득 생각난다.


나에게 아버지는 친구같은 존재였다.

아버지가 엄격했던 기억은 거의 없다.

아버지는 늘 친구처럼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셨고, 필요한 말도, 가르쳐야 할 말도 다정하게 친구처럼 건네 주셨다.

그래서 내가 아버지를 더 좋아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화장터 대기실에서 친구들과 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말했다.

참 다정다감하신 분이었지.

라고.

그랬더니 친구가,

다정다감. 그거 참 쉽지 않은 거다.

라며 나를 부러워했다.


4월 한 달을 추모기간으로 생각하고 실컷 놀았으니, 5월부터는 다시 공부해야겠다.

공부도 하고 동네 산책도 하고, 가끔은 지하철을 타고 보라매공원에 가보기도 하고, 시내버스를 타고 서울을 돌아다녀보기도 하고, 그런 시간들에 차츰 익숙해져서 혼자 다니는 게 편해지면 조금 더 멀리 가보기도 하고...

그렇게 나의 삶을 다시 채워 가야겠다.


때가 되면 쓰고 싶은 소설이 생각나겠지.

그떄 다시 조금씩 구상을 해서 또 한 편의 소설을 써 봐야겠다.


내 삶의 밭을 가는 호미같은 도구인 소설이라는 나의 도구.

그 도구를 내팽개치고 오랜 기간 살아왔는데, 이제 다시 그 도구를 손에 쥐며 어색해하고 있다.

인생의 호미질이 서툴러도 하다보면 익숙해 지겠지.

그러다 보면 내 밭도 조금씩 갈아질 날이 오겠지.


5월의 첫날.

감성이 풍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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