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다섯 번째 소설을 쓰고 있다. 이번 소설은 구상부터 시작한 소설이 아니라 장면부터 시작한 소설이다. 장면을 조금씩 쓰다 보니 소설로 한 번 써보고 싶어졌다. 잘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계속 쓰고 깨지고 또 쓰고 깨지다 보면 언젠가는 조금 쓸 수 있겠지.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단편을 장편처럼 너무 거창하게 시작해서 소설이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내 안의 이야기를 줄이고 세세하게 풀어나가는 게 필요한 것 같다. 잘 될 지는 모르겠다.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실제로 쓰면 잘 되지 않으니까.
네 번째 소설을 가을 학기 강의 시간에 제출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다섯번 째 소설을 쓰고 있다.
2주동안 책도 안 읽고 소설도 생각하지 않고 살았더니 삶이 너무 휑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씩 또 끄적이고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일주일 쯤 전의 어느 날 오후에 아버지와 잠시 대화를 했다. 내가 소설 쓸 때 아빠가 내 안에 들어와서 같이 쓰자. 나는 혼자 못 쓰겠으니까 아빠가 대신 좀 써 줘. 라고 내가 웃으며 말했고, 아버지는 좋아하시며 웃으셨다. 항상 아빠가 같이 있다는 생각으로, 아빠랑 같이 있는 느낌으로 살아가겠다고 말씀드렸고, 아버지는 싱글벙글 웃으셨다.
열심히, 아름다운 소설 써. 라고 하셨지만, 그냥 계속 쓰는 걸로 그것에 대한 나의 답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재작년 말부터 다시 23년만에 독서를 시작했고, 작년 1월부터 다시 소설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에 나는 이제 시작한 셈이다. 누적된 공부량이 있을 수가 없고, 누적된 창작능력이나 창작물이 있을 수가 없다. 내가 소설을 못 쓰는 건 그래서 당연한 결과이다.
그래도 어찌어찌 올해의 다섯 번째 소설을 시작했다. 작년에는 하나도 쓰지 못했는데, 이젠 조금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되었으니 더 노력하면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지지 않겠는가.
아버지와 약속한 것처럼 내 삶을 잘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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