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마감하는 마음으로 마트에 가서 감자칩과 맥주를 사 왔다. 맥주 한 캔을 마시며 감자칩을 먹고 있다.
대학 1학년 겨울방학 때 프랑스 파리에 한달 반동안 어학연수 겸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 옆 방 언니와 함께 유렵식 감자칩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먹는 포카칩과는 다르게 정말 짠 감자칩이었다. 그 언니는 서울에서 연극을 한다고 했다. 귀국하면 연극 보러 오라고 했는데 가보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에는 해외여행이나 연수를 많이 갔었고, 주머니 사정은 그리 넉넉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식사도 간단히 때우는 경우가 많았다. 대신 많이 보고 가야 한다고 하며 열심히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파리의 골목길들을 구석구석 걸어다녔던 기억, 샹제리제 부근을 끝없이 걸었던 기억, 파리의 열 몇 개의 다리들을 다 보겠다고 하며 날잡아서 종일 걷던 기억이 난다.
불어불문학을 전공하지 않았다면 내가 프랑스 파리에 갈 수 있는 구실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내 전공은 나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해 주었다.
파리에서 저녁 버스를 타고 새벽에 런던에 도착했던 기억도 난다. 런던에서 밀크티를 마시고, 맥도날드에서 감자칩을 먹고, 하이드파크를 걸었던 기억이 난다. 하이드파크를 걸었던 날 눈이 내렸고, 숙소 주인은 나에게 런던에는 눈이 잘 내리지 않는데 운이 좋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4년쯤 전에 혼자 4박 6일로 파리에 다시 다녀왔다. 아버지가 혼자 계셔서 긴 여행을 못해 짧게 다녀왔는데, 다시 가 본 파리는 대학 시절의 파리와 많이 달랐다. 파리에도 가난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고, 경기불황이 심각해 보였던 기억이 난다. 대학 시절 없는 책이 없는 것 같았던, 보물창고로만 보였던 프낙서점도, 다시 가 보았을 떄는 왠지 모르게 부실해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책이 많지 않은 느낌이 들어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이젠 외국을 나가고 싶지 않아. 라고, 파리를 다녀온 후 아버지께 말씀드렸을 때 아버지는 희미하게 웃으셨다. 나 없는 동안 혼자 힘드셨을 아버지에게 미안했던 기억이 난다.
이젠 혼자가 되어서 자유로운데, 막상 혼자가 되니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여행을 해도 즐겁지가 않고,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도 없다.
이젠 맥주도 맛이 없다. 술을 끊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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