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었는데 바람이 한 점도 들어오지 않아 도로 닫고 에어컨을 켰다. 에어컨 바람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그래도 여름에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시경 소설집 <색채 그루밍의 세뇌 효과에 대하여>를 읽고 있다. 며칠전부터 고쳤던 내 소설을 오늘 마무리했다. 새 소설을 써야 하는데 막막하기만 하다. 이젠 더 이상 개작하거나 수정할 내 소설이 없다. 작년에 썼던 것들을 모두 개작과 수정을 끝냈다. 올해는 신작을 딱 두 편 썼고, 작년 작품 개작이 네 편이다.
올해는 나에게 참 힘든 한 해이다. 늘 다정하게 내 옆에 계시던 아버지가 안 계신 첫 해이고,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진짜 혼자가 된 첫 해니까. 혼자서도 시간은 잘 보내지만, 진짜 혼자라는 감각은 가끔은 낯설다.
힘들 떈 아버지의 사진을 본다. 인자하게 웃고 계시는 우리 아버지. 나를 보고 늘 웃어주시는 것 같은 느낌이다.
새 소설을 써야 하는데, 자신이 없다. 머리가 굳어서인지, 머리가 안 좋아서인지, 구상을 하는 게 너무 어렵다. 또 자연스레 언젠가 한 편이 써질 날이 올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한 편을 썼던 것처럼.
서두르지 않고 책을 읽으며 내 안의 씨앗을 부화시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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