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연 단편소설
장엄한 암시의 바다 위로 조금씩 붉은 빛살이 터져 오르기 시작했다. 선홍빛 아침노을과 그것을 되받아 이글거리는 바다, 오래잖아 황금빛 태양이 부력을 받은 듯 수평선 위로 이마를 드러낼 것 같았다. 그러자 흔들리는 수평선 주변, 찬연한 빛과 오래된 어둠이 자리바꿈을 하는 공간으로 눈에 익은 이오의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질투심 많은 여신의 보복으로 험난한 도피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아름답고 가련한 요정-한때 내가 알았던 한 마리 개와 신화 속에 등장하는 요정의 이미지는 이제 하나로 굳어져 새삼스런 의미의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청춘의 무료함을 버거워하던 그때, 이오의 수난을 지켜보면서 어째서 나는 우리 모두의 상징적인 처지를 자각하지 못했던 것일까.
- 작품 링크 : 스토리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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