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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소설] 유호민, 붉은 베리야 : 2024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2025-01-11 15:13
작성자 Level 10

<붉은 베리야> : 2024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유호민 저.

 

이 소설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아빠가 치매 진단을 받았다.

아빠의 생신 때 갈색 푸들 강아지를 선물했다.

아버지는 강아지를 돌보는 대신 언제부턴가 화분을 돌보는 일을 맡게 되었다.

고종사촌인 숙희가 부겐빌레아를 보더니 꽃 이름을 물어본다.

꽃 이름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숙희를 위해 나는 붉은 베리야, 라고 말한다.

엄마가 아빠보다 먼저 돌아가시면서 아빠를 위해 보험금을 남긴다.

보험금 덕분에 아빠는 동네 집값이 비싼 언니 옆집으로 이사할 수 있었다.

엄마가 떠난 지 이년 후 초코가 죽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49재를 가까운 친척들과 함께 지냈다.

부겐빌레아의 빨간 부분이 꽃이 아니라 꽃받침이고, 가운데 꽃술처럼 쬐끄맣고 하얀 게 꽃이라는 말을 경주언니에게 듣게 된다.

장 요양사는 뒤늦게 찾아와서 아빠에게 선물받은 작은 상자 하나를 주고 돌아갔다. 어린 시절 내가 엄마에게 선물했던 장난감 반지였다.

열대 꽃이 왜 한겨울에 꽃이 피는지에 대해 숙희가 물었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아빠가 한 이야기를 기억한다. 열대에는 건기와 우기가 있을 뿐이므로, 계절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물을 안 주면 건기가 왔나보다 하고 물을 많이 주면 우기가 왔나 보다 하며 열대 꽃들은 그걸로 꽃을 피운다는 아빠의 이야기를.

 

과 같다.

 

다만, 남들에겐 중요한 기준을 공감하지 못하고 전혀 다른 기준을 가진 식물이 있다고, 그래서 한겨울에 붉은 꽃받침이 만개한 위에 조그맣고 하얀 꽃이 피어난다고,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다른 기준에 맞춰 다른 꽃을 피우며 살아간다고, 나는 그렇게 이해하기로 했다.’

라는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 여운을 남긴다.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이야기를 참 아름답게 풀어낸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매와 부겐빌레아(붉은 베리아)의 꽃과 꽃받침 이야기, 열대 꽃이 왜 한겨울에 꽃을 피우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잘 조화되어 이야기를 이루고 있고, 그것이 이 소설의 장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에 드는 소설이었고, 이런 완성도 높은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작품 링크 : 신춘문예 - 소설 [2024 신년기획]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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