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중학교에서 첫 시험을 치르던 날, 나는 처음 종이를 먹었다. 역사 과목이 외워지지 않아서 아버지에게 야단을 맞고 나서 나는 활자가 새겨진 종이를 먹어버렸다. 그날 이후 나는 종이를 먹는 것이 습관화 되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마자 재혼했다. 나는 기숙사가 딸린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룸메이트 없이 기숙사에서 1년을 보내면서 나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종이를 실컷 먹었다. 개학을 하고 지원이라는 아이가 창밖으로 몸을 던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체를 부검해 보니 구태의 흔적이 있었다. 선생들은 사건을 수습하느라 바빴고, 가해자들에게는 정학처분이 내려졌으나, 실질적으로 그들이 받은 벌은 미미했다. 나는 종이를 계속 먹었고, 종이를 먹는 행위는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아닌 기호식품이 되었다. 나는 화장실에서 지원이 남긴 유언을 읽었고, 나는 기숙사로 돌아와 박엽지 한 장에 이름 석 자를 쓴 후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씹어 삼켰다. 기말고사가 끝난 후 나는 집으로 가기 위해 박스에 짐을 챙겼는데, 내 손목에서 불이 타고 있는 것을 알았다. 나는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그날 밤, 나는 내 몸 안에 무엇인가가 폭발하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들이 발견했을 때 사체는 완전히 연소되어 한 줌의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그러나 이불과 베개는 멀쩡했다. 두개골이 완전히 연소되었고, 하얀 뼛가루가 마치 종이처럼 보였다.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은, 그러나 조금 구겨진. 과 같다.
소설을 읽으며 페이퍼 맨의 최후를 보았다. 결국 종이같은 뼛가루를 남겨두고 연소되어 죽은 페이퍼 맨의 최후. 종이를 먹는 행위는 학창 시절 종종 있었던 행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이들은 외워지지 않는 영어 단어를 외우겠다고 하며 영어사전을 한 장씩 찢어서 씹어먹기도 했다. 오래 전 학창시절 아이들의 모습이 생각났다. 오랜 기간 종이를 씹어 먹으며 공부를 한 페이퍼 맨의 이야기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심리상태가 납득이 될 것도 같은, 재밌는 소설 한 편을 읽었다. 작은 행위 하나를 가지고 한 편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작가가 부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