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이 한 개 남아있고, 냉장고에 오징어가 있어서 오징어라면을 끓여 먹었다. 오징어라면을 끓여달라고 했던 건 아버지였는데, 아버지는 한 젓가락만 드시고 내가 다 먹었다. 1시간 뒤에 갈치구이를 해서 식사를 다시 차려드리겠다고 했더니, 내키지 않지만 조금 드시겠다고 했다. 잘 안 드시려고 하는 아버지와 뭔가를 먹이려고 하는 나의 끝없는 전쟁이 날마다 펼쳐진다.
<코스모스>를 읽을까, 소설을 고칠까, 고민하고 있다. 37도를 넘나들었던 더위는 한풀 꺾였지만, 아직은 여름이라는 느낌을 주는 날씨이다. 비는 그쳤고 푸른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먹구름이 낀 것 같은 그런 날씨이다.
며칠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어린 나를 지켜보고 계시다가 맨발로 서울역으로 걸어가시던 외할머니의 모습이 생생하게 마음속에 남았다. 그래서 생각했다. 외할머니가 나를 지켜주고 계시는 구나, 라고.
오징어라면 국물이 시원하고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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