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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밤을 새우겠다는 핑계로 2025-02-18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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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새우겠다는 핑계로, 남아있던 막걸리 반 병을 다 비웠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서 먹어치우겠다는 핑계 반, 밤을 새우겠다는 핑계 반.


흘러간 옛 노래들을 듣고 있다.

엄마가 좋아했던 노래들과 내가 좋아했던 노래들을.


엄마는 가곡만 좋아하는 줄 알았던 철없었던 시절.

어느 날 엄마가 흘러나오는 트롯트 음악을 들으며 감상에 젖어 있는 것을 보았다.

엄마가 나이 먹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자각했던 나.


내가 엄마 나이가 되었다.

나는 엄마처럼 아이를 낳지도 않았고, 주부로 살지도 않았지만, 어느새 엄마 나이가 되었다.

엄마는 이 나이에 참 막막했겠구나, 싶다.


고등학교 때 입시공부할 때 이후로 밤을 새워본 적이 많지 않다.

나는 유난히 잠이 많아서, 날을 새는 걸 잘 못했다.

요즘은 일을 안 하니 잠도 별로 안 오고, 그래서 종종 날을 샌다.


딱 3개월만 더 놀겠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웃으셨다.

딸이 통장잔고를 줄여먹고 있어도 아버지는 늘 행복하시다.

알아서 하겠지! 라고 믿으시는 탓에.


죽음이라는 걸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가끔 생각한다.

그리고 내리는 결론은 늘 같다.

나는 죽으려면 멀었다, 하는 것.

건강한 편은 아니지만, 지병도 있지만, 아직 죽을 때는 안된 것 같다.

남아있는 나의 삶을 더 풍요롭고 재밌고 멋지게 살아야 겠다.


아버지에게 문예창작학과 1학년에 입학시켜줘서 고맙다고 했다.

아버지는 웃으셨다.

학교는 아니지만,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학교보다 더 알찬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3월까지는 이번에 발표한 소설을 고쳐봐야 겠다.

그리고 나서 다른 소설을 또 써 봐야 겠다.


새벽 3시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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