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에 며칠 전 파주에서 사 온 쌀맥주를 마시고 있다. 맛이 독특하다. 내가 좋아하는 맛은 아니다. 이미 뚜껑을 땄으니 다 마셔야겠다.
커피전문점을 혼자 가지 않은 지 오래됐다. 혼술집도 한 번 가고 다시 가지 않고 있다. 내 방이 생겨서 간단한 안주를 만들어서 혼술을 할 수 있으니 굳이 혼술집을 찾을 필요가 없다. 몇 가지의 커피들과 차 종류를 구비해 두었다. 집에서 뜨거운 물만 부으면 마실 수 있으니 굳이 커피전문점을 갈 필요가 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며, 주로 혼자 지내는 나를 친구가 걱정한다. 사회생활 할 때 사회적 동물로 열심히 사니까, 쉬는 기간 동안은 혼자만의 삶을 즐기고 싶은 게 내 마음이다. 11월 중순 경 회사를 그만두고 쭉 쉬었다. 지금까지 혼자 하루종일 방에서 시간을 보낸 적이 며칠 되지 않는다. 만나자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모임도 있었고,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처리해야 할 일들도 조금 있었다.
다시 사회적 동물로 돌아가 보려고 조금씩 노력하고 있다. 사실 나는 두어달 더 쉬고 싶다. 그래서 무리해서 직장을 찾지는 않고 있다.
상담사 일자리가 마땅치 않으면, 몇 가지의 아르바이트들을 하며 돈을 벌까도 생각중이다. 몸으로 때우는 일도 나름 재밌다. 체력만 받쳐준다면. 이젠 나이가 서류전형에서 조금 신경쓰이는 나이가 되었나보다.
아버지는 괜찮다고, 일 안해도 괜찮다고 하시며 웃으신다. 그런 아버지에게, 내가 안 괜찮다고, 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휴직을 퇴사로 바꾸며, 나는 사실 상담보다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 그런데 내 방을 얻게 되서 다시 직장을 구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은 조금 쉬고 싶어서, 알바몬만 가끔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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