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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설악산 여행2025-09-15 16:32
작성자 Level 10

아버지와 어제 설악산에 다녀왔다.

설악산에 가고 싶어.

라고 아버지가 말씀하셨고, 그래서 갑작스럽게 여행을 다녀왔다.

소변줄을 끼운 상태로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하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이 마지막 여행이야.

라고 아버지께 말씀드렸고, 아버지도 고개를 끄덕이셨다.

이젠 동네 산책하며 지내자.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라고 말씀드렸고, 아버지도 알았다고 하셨다.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가 내내 주무셨다.

체력이 많이 약해지고 근육이 없는 상태라 여행이 많이 힘드셨을 것이다.

피곤했지만 어젯밤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이 드신 아버지의 얼굴을 어둠속에서 내내 바라보았다.


난 운명을 믿지 않아.

라고 아버지가 어제 말씀하셨다.

그래서,

운명은 자기가 만들어가는 거야.

라고 말씀드렸고, 아버지가 맞다고 고개를 끄덕이셨다.

아버지의 손을 잡아드렸고, 아버지도 내 손을 꼭 잡으셨다.

아버지의 손이 어제따라 유난히 차가웠다.


당분간 여행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집에서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소소한 추억들을 만들려고 한다.

친구들 모임도 당분간 참석이 어렵다고 카톡을 보냈다.


아버지가 나에게 말씀하셨다.

너라는 존재 그 자체가 소중했고, 사랑했어.

라고.

그 말씀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마음이 편치 않지만, 밝게 살려고 노력한다.

아버지는 설악산을 유난히 좋아하셨고, 마지막 여행도 설악산으로 택하셨다.

뭐 또 마지막이 아니라 다시 여행을 할 수도 있겠지만, 당분간의 마지막 여행이다.


이제 가을이네.

어제 설악산에 가는 길에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셨다.

경치가 참 좋다.

라시며.


올 가을 여행을 미리 다녀왔다.

불투명한 미래보다 확실한 현재에 중심을 두며 내 남은 인생을 살아가려고 한다.

하고 싶은 일들도 하고, 못해 봤던 일들도 하면서, 나만의 추억을 만들어 가야겠다.


아버지는 내 소설을 가장 좋아하신다.

아마추어 소설이 뭐가 좋냐고, 나 소설 잘 못 쓴다고 말씀드리지만, 아버지는 내 소설이 가장 좋다고 하신다.

딸 소설이라서 가장 좋은 거겠지.


아버지가 내 소설을 찾지 않고 있다.

건강이 편치 않으시니, 소설이라는 걸 잊어버리신 것 같다.

이번 달까지 지금 쓰는 소설을 어떻게든 완성해서 아버지께 읽어 드려야겠다.

재미없어서 졸면서 들으실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강의 텍스트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강의 전까지 대충이나마 다시 한 번 훑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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