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렌트카로 지리산 쌍계사에 다녀왔다. 봄인데 프리지아만 쳐다보고 계시라고 하기가 죄송해서 같이 꽃 보러 가자고 했더니, 드라이브를 하자고 하셔서 생각지도 않게 쌍계사 나들이를 했다. 흐드러지게 곳곳에 피어 있는 개나리와, 아직 덜 만개한 벚꽃과 매화, 그리고 아름다운 목련 구경을 하며 아버지와 봄날을 실컷 즐겼다. 새벽에 출발했는데 방금 집에 와서 밥을 먹었다. 렌트카 반납 시간을 간당간당 맞췄다.
갈 때에는 아버지가 거의 잠을 주무시지 않았다. 꽃구경도 하시고 경치도 보시고 산도 보시며 즐거워하시던 아버지. 올 때에는 아버지가 거의 대다수의 시간을 주무셨다.
봄이면 아버지와 종종 벚꽃을 보러 쌍계사에 가곤 했다. 언젠가 아버지가 내 곁을 떠나시면 나 혼자 쌍계사에 가게 될까.
소설 한 편 읽으려고 올라왔는데 피곤해서 읽을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냥 한 시간쯤 놀다가 내려가서 자야겠다.
쉬는 날 공부하려고 했는데 봄날이 좋아서 아버지와 시간을 보냈다. 모란꽃 보고싶다. 하시던 아버지. 모란꽃은 5월 초에 볼 수 있다고 하셨다. 5월에 강진 영랑생가에 다녀오자고 하시는 아버지. 그때 강진에 다녀올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아버지의 방에는 커피나무와 프리지어와 히아신스가 줄줄이 놓여 있다. 화분을 보시며 아버지는 함빡 웃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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