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의 안온한 공기를 느끼며 잠시 쉬고 있다. 어제 종일 운전하고 놀고 와서인지, 오늘은 조금 여유를 가지며 느린 오후를 보내고 싶다.
동영상을 잠시 봤다. 전업주부가 제일 힘들어요. 라는 류의 영상이었다. 다시 태어나면 워킹맘 할래요. 라는 영상.
잠시동안 전업주부도 해 봤고, 일하면서 산 시간도 많다. 전업주부는 정말 못할 일이긴 하다. 자의식이 강하면 전업주부하기 힘들다. 나에게는 맞지 않았던 직업이 바로 전업주부였다.
일하면서 산 시간이 많은데, 일하면서 힘든 시간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좋은 순간들도 많았다. 사람들은 나에게 힘든 일을 한다고 측은해했지만, 나는 나의 삶이 재밌기도 하고 좋은 순간도 있었다.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남아 있었기 떄문에, 모든 삶이 스릴있고, 재밌고, 좋았고, 때론 힘든 순간마저도 나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즐겁게 넘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내 삶이 소설에 도움이 되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나 밖에 몰랐던 내가 남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힘든 시간들을 겪고 내가 조금 단단해졌고, 그만큼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는 부드러움이 생겼다.
요즘은 동생과 엄마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 영혼이 있다면 내 곁에 머물고 계시겠지, 하는 생각 뿐이다. 돌아가시는 순간까지도 나를 걱정하셨던 엄마가 가끔 생각난다.
방 안의 공기가 아늑하다. 내 방에는 책상과 의자, 컴퓨터, 책들, 프린트물들만 가득한데도 나는 내 방이 제일 아늑하게 느껴진다.
꽁꽁 얼었던 몸이 조금 녹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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