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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자유시간을 보내며2026-02-10 21:57
작성자 Level 10

강의시간에 제출할 소설을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내가 쓴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의도적으로 내가 편하게 쓰는 문체가 아니라 다른 문체를 써 봤다.

이 소설에는 그게 맞을 것 같아서.


소설 계획서도 제출해야 하는데 대충 써두긴 했는데 다시 수정해야 한다.

요즘 마음이 심란해서 자꾸 수정하는 걸 미루고 있다.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시다.

이젠 정말 거의 하루종일 주무신다.

고통이 심한데도 내색을 안하려고 하신다.

통증약을 추가로 먹으면 되는데 굳이 안 먹고 버티신다.

아버지가 언제까지 내 곁에 계실까.

이제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마음이 허전하고 섭섭하고 서운하고 아프다.


일 년 전보다 나은 나를 꿈꾸며 살아간다.

작년보다 올해 소설이 조금 더 좋아진 것 같다.

아직 3월도 안 되었는데 소설이 조금 나아진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


소설 안 쓰면 못 살아?

라고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그래서, 나는 안 쓰고는 못 살 것 같다고 했다.

잘 쓰진 못해도 이젠 계속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이 없어진 세상이라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언젠가 내가 간격을 둘 때는 섭섭해한다.

가끔 선을 넘으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남자를 만날 생각이 없어서 칼같이 선을 긋는다.

선을 긋고도 유지되는 관계만 인간적으로 가끔 소통한다.

인간은 혼자 살 수는 없으니까.


아버지 때문에 요즘 많이 힘들었는데 오늘부터 조금 나아지고 있다.

계획서를 마무리하고 소설을 한번 써봐야겠다.

한번도 소설을 다 쓰고 힘든 적이 없었는데, 완성작을 처음 쓰고 나니 뭔가 허탈해지고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초고 완성과 완성작을 쓰는 건 다른 것 같다.


혼자 살아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친척 대신 친구들과 알고 지내는 몇몇 지인들이 있고, 그들과 가끔 소통하며 지낸다.

나는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보다도 20~30대의 젊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편이고, 그들의 고민을 잘 공감하는 편이고, 서로 잘 지내는 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버티며 살아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 다시 다른 분야를 도전하며 살아보려고 한다.

내가 이십대 때 했던 공부, 그리고 이십년이 넘는 공백기간을 거쳐 다시 하고 있는 소설공부와 창작이 바로 그것이다.

지나간 시간들에 대해서는 이제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다.

너무 아팠고, 그래서 들추고 싶지 않았던 시간들이었다.

그래도 종종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버티고 살아올 수 있었다.


이젠 나만의 시간이 남아 있다.

이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오랜 기간동안 나를 위해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아버지는 웃으시며 나를 지켜보신다.

좋은 소설 많이 써.

라고 하시며.


아직 나에게는 시간이 많고, 갑자기 하고 싶은 것들도 많이 생겼다.

하나하나 다 해 보며 살아봐야겠다.

소설이라는 분야에서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내가 어떤 소설까지 쓸 수 있는지, 나도 궁금하다.

순소설은 원래부터 사람이 많은 길이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매니아들의 길이기도 하다.

순소설이 사라진다는 말도 많지만, 나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강의시간이 너무 재밌고 좋다.

이 나이에 이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생각해보니 나는 상담사로 일하며 늘 업무교육을 주기적으로 받고 살았다.

그래서 교육에 익숙하다.

교육습득이 안 되는 그날이 상담사로서의 생명이 끝나는 날이다.

이젠 상담사로서의 삶이 나에게 하나의 추억으로 남았다.


기초반 강의를 들으며 정말 많이 배웠다.

배우기 어려운 것들을 배우며 좋았다.

이젠 좀 더 나은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설레임을 가지고 있다.


집중할 수 있어서 좋고, 나를 조금은 편하게 바라볼 수 있어서 좋다.

이십 년 만에 공부하면서 더 큰 욕심을 낸다는 건 아직은 무리지만, 아무도 모르는 도전은 계속할 것이다.

이제 다시 천천히 소설을 써야겠다.

계획서도 더 만들어보고, 그러기 위해서는 소재거리도 찾아야 한다.


사람들의 시선과 달리, 나는 참 자유롭고 편하다.

사람들은 나를 보며 위안을 얻고 싶어하지만, 내가 사는 걸 제대로 보고 나면 그러지 못하고 돌아간다.

너무 편하게 잘 살고 있다.


노력이라는 게 한계에 온 세상이다.

그래서 청년들이 노력을 피하고, 그래서 또 악순환이 계속된다.

잘 생각해보면 쓸 게 많을 것 같기도 한데, 아직은 능력부족이라 잘 표현되지 않고 소설로 구상되지 않는다.


문학이 외면받게 된 것은, 더 이상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서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그래서 나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한동안 써보기로 했다.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들, 문학에서 피하고 싶어했던 노골적인 이야기들을.


14개월동안 강의를 들으며 정말 많이 배웠고, 아주 조금 이십년 전의 내 감을 되찾게 되었다.

아주 조금 자신감이 생겼다.

이번 달에는 독서보다는 창작을 해보고 싶다.

쉽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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