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그리운 날이다. 잊고 지내다가도 이따금 한번씩 그리움이 몰려든다. 늘 따뜻하고 정이 많으셨던 분.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며칠 전, 늘 누워계시던 아버지가 잠시 침대 위에 앉아 계셨다. 그날 나는 아버지를 거의 쳐다보지 않고 정면만 쳐다보며 아버지에게 혼잣말처럼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도 나는 소설을 공부하고 쓰며 살아갈 거라고. 아버지가 돌아가셔도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떠나지 말고 내 옆에 있어 달라고. 소설을 잘 쓰지 못하는 딸에게 좋은 영감도 주고 소설도 대신 써주며 그렇게 내 옆에 같이 있어 달라고. 아버지의 좋은 머리를 나에게 좀 빌려달라고. 소설 같이 쓰자고 하며 혼잣말을 했다.
아버지는 빙긋이 웃으시며 수줍게 앉아계셨다. 그렇게 말해주는 딸이 좋았나 보다.
그리고 이틀 전, 아버지가 나에게 누워서 말씀을 하셨다. 집에 벌레가 많다. 왜 가구가 하나도 없냐. 가구 가져오라고 해라. 우리가 쓸 거 조금만 가져 오라고 해라. 라는 말씀을 하셨다.
우리 집은 작아도 벌레는 없고 깨끗하다. 가구는 모두 붙박이라 따로 필요가 없다. 아버지에게 알았다고 하며 아버지의 마음을 달래드렸다. 아버지는 벌레 많아... 라시며 다시 잠이 드셨다.
아버지를 그렇게 떠나보낸 지 만 4개월이 되었다. 한번씩 가슴이 시릴 정도로 아버지가 그립고 허전하다. 하지만 그 마음을 책을 읽고 소설을 공부하며 달래려고 노력한다. 주변에서는 좋은 사람 만나 연애라도 해보라고 하지만, 딱히 좋은 사람이 없다. 소설과 연애중이라고 말하곤 한다.
너무 좋은 사이로 아버지와 오래 지내서 후유증이 크다. 종종 짜증도 내고, 힘들다고 성질도 부렸는데, 그때마다 아버지는 늘 따뜻하게 나를 지켜봐주셨다. 늘 버팀목이 되어 주셨던 우리 아버지가 떠나신 후 그 빈자리가 너무도 크다.
강의에 제출할 소설만 한번 읽어보고 파일을 저장해둔 후 하루종일 이불 속에서 뒹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끔 이런 날이 있다.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날.
잘 버티고 있는 거야. 잘하고 있어. 라고 친하게 지내는 언니가 나를 위로해줬다.
혼자 씩씩하게 잘 살겠다고 아버지와 약속했으니, 이젠 그 약속을 지켜야 할 때이다.
아버지가 나이가 많아서 돌아가신 거잖아요. 하며 힘들어하는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분들이 있다. 나이가 많아서 돌아가셨어도 힘든 건 힘든 거다.
아버지와의 짧은 대화를 생각하며, 아버지가 곁에 계신다고 생각하고, 좋은 영감을 많이 받아 열심히 소설을 써야겠다. 비록 지금은 아무 영감도 떠오르지 않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지만. 때가 되면 영감이 떠오를 날이 오겠지. 멍 때리다 보면 하나쯤 생각이 날 날도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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