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나는 킬러다. 표적에 집중해 있는 망원경, 그 안에서 나는 숨을 멈춘다. 총알은 나의 심장처럼 차갑다. 며칠 전 나는 이곳에서 L을 처리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실패했고, 실패한 ㅋ질러에게 남은 것은 없었다. 며칠 후 연락책은 내게 은퇴를 강요했다. 킬러에게 저격할 장소는 일회용 성소와 같다. 나는 유령처럼 그곳에 존재해야 하며 어떤 흔적도 남겨서는 안 된다. 그녀를 처음 집까지 데려다 주던 날부터 우리는 만났다. 북극에서는 오로리를 ‘여우의 빛’이라 부른다. 하지만 L은 여우의 빛을 보기 전에 죽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죽음을 알지 못한다. 그런 사람들의 표정을 지켜보는 일이 나는 불편하다. 접이식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한다. 20평 넘는 사무실은 혼자 쓰기에 남는 공간이 너무 많다. 내 절망의 순도는 갈수록 낮아진다. 나는 더 이상 순수한 의미의 절망을 알지 못한다. 그녀는 피아노를 칠 줄 모른다. 메트로놈은 피아노 위에 있었다. 그녀는 아무도 몰래 메트로놈을 가방에 집에 넣었다. 그녀의 심장은 안단테였다. 나는 불면증에 시달릴 때면 늘 근처에 있는 24시간 할인마트로 간다.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불이 꺼진 긴 복도. 그 끝에 L이 있다. 나는 품에서 칼을 꺼낸다. 그의 목젖을 잡고 뒤로 젖힌다. 서서히 가라앉는 그의 심연을 나는 끝까지 지켜본다. L의 집을 찾아간다. 그의 집은 발굴되지 않은 무덤처럼 서늘하고 조용하다. 그녀는 사랑이란 서로의 호흡을 감정하는 일이라고 했다. 나는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내 손에서 미끄러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던 하얀 알약들을 하나씩 병에 담는다. 라는 내용이다. 킬러의 일상은 담은 독특한 소설이었다. 킬러도 감정이 있고 사랑을 한다는 것, 킬러의 인간적인 면과 일을 할 때에 있어서의 냉혹한 면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는 소설이었다. ‘절망의 순도’, ‘여우의 빛’이라는 단어들이 마음속에 와 닿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