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상자 안으로 들어간다. 6호 택배상자 두 개를 위아래로 이어 붙인 것이다. 상자 위에는 EMS국제특급우편용지가 붙어 있다. 비닐봉투를 잔뜩 든 사내가 들어온다. 사내는 대형 소포상자를 두 개 사서 비닐 봉투 안에 든 물건들을 꺼내 상자 안에 차곡차곡 담는다. 옷이다. 이 우체국에는 자국으로 택배를 보내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나는 밤마다 로직퍼즐을 푼다. 어제도 로직퍼즐을 풀었다. 미스 신은 내 목걸이 줄에 걸린 팬던트를 신기한 듯 들여다보았다. 벌새 문양의 목걸이였다. 우체국 안의 사람들은 어쩌면 교신하기 위해 스스로 중독됐는지도 모른다. 그는 내게 근사한 저녁식사를 사주고 싶어했다. 나는 두툼하게 썰린 회를 앞에 두고 조금 쓸쓸해졌다. 매실차를 마시다 말고 그에게 페루의 나스카 라인이 기억나는지 물었고, 그는 쿠스코의 태양제도 생각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더욱 쓸쓸해졌다. 그는 나에게 나스카 라인의 은으로 된 펜던트를 선물했다. 펜던트에는 벌새가 그려져 있었다. 그가 옷을 꿰입으며 휴대전화 번호를 물었고, 나는 핸드폰이 없다고 하자,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오늘 나간 사백 오십 장의 우표와 입금액을 확인했다. 약을 털어 넣었다. 국장이 퇴근하고 직원들이 옷을 갈아 입었다. 약에 취해 탈의실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 깨었다. 서랍에서 EMS국제특급우편용지를 꺼냈다. Nazca Peru.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마음이 설렜다. 나는 6호 택배상자 두 개를 위아래로 튼 다음 박스 포장용 누런 테이프로 여러 번 단단하게 둘렀다. 그리고 상자 윗면에 EMS국제특급우편용지를 붙였다. 나는 소포 안에서 잠이 들고, 소포는 나스카로 배달된다. 어려서부터 홀로 그려왔던 그림들과 똑같은 그림이 나스카 대평원에 펼쳐져 있다. 라는 내용이다. 우체국 직원으로서의 일상이 잘 나타나 있다. 페루의 나스카 라인에 대해 그와 이야기하며 나는 쿠스코의 태양제도 생각난다는 그의 말에, 우리의 차이를 느끼며 더욱 쓸쓸해졌다. 고아로 어두운 유년시절을 보내며 살았던 나와 고급 음식을 마주하며 그와 함께 먹는 식사가 왠지 낯설고 불편하기만 했다. 그가 나에게 선물한 은으로 된 펜던트에는 벌새가 그려져 있었다. 그는 나에게 핸드폰 번호를 물었으나, 나는 핸드폰이 없다고 답했다. 그와 나의 소통이 끊어지는 지점이었다. 나는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후 택배상자 두 개를 이어붙여 소포가 되어 그 안에서 잠이 든다. Nazca Peru로 배달될 소포 안에서 나는 잠이 들고, 소포는 나스카로 배달되며, 내가 어려서부터 홀로 그려왔던 그림들과 똑같은 그림이 나스카 대평원에 펼쳐져 있다. 는 내용의 소설이었다. 소통의 부재, 소통이라는 것, 그리고 내가 원하는 소통은 어떤 것일까를 생각하며 소통을 위해 우체국을 찾아오는 숱한 고객들과 그들의 소통을 책임져주는 우체국 직원의 일상을 감상하듯 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