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방이 또 커졌다. 그 사람의 전화기는 언제나 꺼져 있다. 폴더를 닫는다. 오후 두 시, 방은 여전히 어둡다. 방이 자라나는 걸 눈치 챈 것은 몇 달 전의 일이다. 101호 여자에게는 문이 제대로 잠겼는지 확인하는 버릇이 있다. 여자가 나가고 백까지 센 후 자물쇠를 풀고 현관문을 열었다. 한기가 느껴졌다. 무언가 휑했다. 책상이 벽으로부터 시집 정도의 두께만큼 앞으로 나와 있었다. 나는 책상을 밀었다. 방은 그렇게 조금씩, 그림자 지듯 소리 없이 자리를 넓혀갔다. 그리고 개미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개미약은 끝내 오지 않았다. 수요일의 남자가 버린 마일드 세븐을 물고 청소를 시작했다. 개는 비로소 조용했다. 주문한 콘솔이 도착했다. 나는 콘솔을 들고 다리 사이를 오가는 개를 발로 밀어냈다. 개가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졌고 나는 왼쪽 발에 힘을 주어 개를 찼다. 개는 맹렬히 짖었다. 개의 머리통을 있는 힘껏 걷어찼고 동시에 개 이빨이 종아리에 박혔다. 살충제를 뿌려댔지만 개미들의 움직임은 빨라졌다. 개는 어느새 내 허벅지에 바투 몸을 붙인 채 엎드려 있었다. 문을 향해 움직였다. 101호 여자다. 여자가 마당에 서서 하늘을 올라다보았다. 당신의 방도 자라는지 나는 여자에게 묻고 싶었다. 나는 여전히 손잡이를 만지작거렸다. 그 순간 문이 열렸고 수요일의 남자였다. 방이 자라는 것은 더 이상 충격적이지 않았고, 개와 나는 어차피 서로에게 몰두할 필요도, 몰두하지도 않는 사이였다. 빗자루를 꺼내 들고 바닥을 쓸어냈다. 개미떼가 바글거렸다. 개는, 그들 밑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 내 몸이 검은 얼룩으로 뒤덮이는 모습을 상상했다. 서류봉투를 꺼내 원고를 넣고 테이프로 봉했다. 퀵서비스를 부르기 위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전화기가 꺼져 있어 소리샘으로 연결 중이라는 멘트가 나오고, 나는 조용히 폴더를 닫는다. 라는 내용이다. 조금씩 소리없이 방이 커지고, 개는 나와 동거를 하다가 개미 떼들 사이에서 죽어가고, 그의 전화는 늘 소리샘으로 연결된다. 101호의 여자는 늘 손잡이를 요란하게 돌리며 문이 잠겼는지 확인하고 외출한다. 나는 커진 방 사이즈에 맞춰 콘솔을 주문해서 놓지만, 방은 계속 조금씩 커진다. 퇴치할 수 없는 붉은 개미떼와 죽어서 사체로 발견된 개, 그리고 주문해도 오지 않는 개미약. <방>이라는 소설에 나와 있는 이 모든 장치들을 읽으며, 개미의 생명력과 개의 죽음과 꺼져 있는 전화기를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