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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소설] 김성중, 내 의자를 돌려주세요 : 2008 중앙신인문학상 수상작2025-05-10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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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를 살펴 보면, 

 

내가 아는 한 의자들은 L자의 입을 가진 굉장한 수다쟁이들이다. 글이 써지지 않는 건 오로지 도서관 의자에 앉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이디어는 모두 의자에서 나왔다. 서로의 말은 전혀 듣지 않으면서도 이야기는 길게 이어졌다.

도서관 대신 술집으로 직행한 어느 날, 나는 내 푸념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 궁둥이 밑 파란 플라스틱 의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포장마차에 벙거지 모자를 쓴 부랑자 하나가 나타났다. 벙거지는 행패를 부렸고, 포장마차 여주인의 전화로 할머니가 나타나 벙거지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포장마차 의자는 벙거지 편을 들며 나에게 할머니와 벙거지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한때 할멈이 퍼주는 음식으로 목숨을 연명한 그는 돈만 생기면 이곳에 와서 우동을 사 먹었다.

도서관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세상엔 완전히 미친놈도 있고 덜 미친놈도 있는데 그중 몇 할은 반드시 구립도서관을 이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 내 의자를 차지한 사람은 대머리였다. 대머리는 5분마다 대여섯 개의 알약을 꺼내 씹었다. 와그작와그작 소리가 너무 요란해서 나는 먹는 일은 밖에서 하라는 쪽지를 들고 대머리에게 다가갔다. 대머리는 내 쪽지를 읽고 환하게 웃었다. 의자는 대머리가 작가라고 말했다.

대머리가 사라진 후 혼잣말을 하는 여자가 등장했다. 나는 여자에게 소리를 낮춰달라고 했으나 여자는 나의 말을 그대로 따라했고 나는 내 자리로 물러나와 투덜대며 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 의자는 저 여자는 자기 자신과 사귀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중일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건 정상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결국 도서관 의자를 밀어버렸고, 도서관의 모든 것들이 우리의 불화를 목격했다. 이젠 어떤 의자도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나무를 사랑했던 의자는 사람들이 흉측하게 변한 나무의 주검을 파헤치자 남편을 잃은 과부처럼 눈물을 삼켰다. 그 구멍을 메우며 시간이 흘러갔다. 나는 공원 의자를 내려다보았다. 온몸에 이끼가 껴서 앉을 데도 마땅치 않은 낡은 의자를.

늙은 나무가 내 친구의 안부를 묻는다. 공원에 앉아 나는 내 의자의 최후에 대해 상상했다. 오후에 나는 내 인생에게 말하고 싶어진다. 내 의자를 돌려주세요, 라고.

 

라는 내용이다.

 

의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나는, 어쩌면 정상이 아닌지도 모른다. 나는 의자가 수다쟁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의자마다 해주는 이야기가 다르고, 나름의 사연이 있다. 하지만 내가 도서관 의자를 밀어버린 이후 어떤 의자도 말을 걸어오지 않았고, 나무를 사랑했던 공원 의자마저도 나무를 잃고 나서는 이끼가 잔뜩 껴서 앉을 데도 마땅치 않은 낡은 의자가 되었다. 나는 내 인생에게 내 의자를 돌려달라고 말하고 싶어졌다.

라는 내용이다.

의자와 대화를 나눈다는 발상 자체가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침대는 고요하지만 의자는 수다쟁이라는 말도 독특하게 와 닿았다. 인생에게 내 의자를 돌려달라고 말하고 싶다는 나의 말이 마음속에 잔잔하게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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