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맨홀 뚜껑을 열자, 빛이었다. 아이는 텔레비전에서 본 거랑 똑같다고 했다. 나는 아이를 일으켜서 기다리라고 한 후 맨홀 속으로 들어갔다. 아이는 상상했던 그대로라고 말했다. 상상. 그것이 바로 나의 직업이었다. 엄마는 위암이었다. 생의 마지막 1년을 앓다 간 엄마의 입원비를 감당하느라 생활고에 시달렸던 나는 부장이 시키는 대로 광고 제작을 했다. 아이가 광고 담당자를 만나겠다고 정문 앞에서 떼를 쓰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나는 뛰어나갔다. 아이의 얼굴은 정상이 아니었다. 아이는 우리 가족은 외계인이라고 말했다. 아이에게 외계인은 없고 우주선도 없다는 걸 설명하려고 했지만 아이는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하며 텔레비전에서 분명히 봤다고 생떼를 썼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데리고 외계인도 우주선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맨홀로 갔다. 아이는 크루존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10번 염색체 돌연변이로 생기는 유전병이었다. 아빠는 가족들을 옥탑방에 데려다놓고 도망갔고, 엄마는 동생을 데리고 동반자살을 했다. 엄마는 거짓말로 나를 키웠다. 엄마는 손가락을 걸 때마다 이번만은 진짜라고 하며 내가 갖고싶어하는 것들을 사주겠다고 했다. 언제부턴가 엄마에게 나는 긴 장화를 사 주겠다, 푹신한 모자를 사 주겠다고 하며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다. 병상에서 마지막 숨을 몰아쉬던 엄마는 다 받았다고 하시며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아이는 나더러 저 빛이 있는 곳까지 가라고 했다. 그곳에는 플라스틱 손전등이 있었다. 아이는 구부러진 저쪽으로 불빛을 비춰 보라고 했고, 그곳에는 흉측한 몰골로 입을 헤벌린 채 널브러진 얼굴이 있었다. 아이는 자기 동생이라고 했다. 내가 거짓말을 지어냈기 때문에 동생이 죽었다고 하며 맨홀 뚜껑 위에 무거운 것을 올려놓겠다고 했다. 나는 손전등을 켜고 죽은 계집애의 고름을 닦아낸 후 파이프 속을 기어간다. 바다는, 파이프 끝에 있다. 라는 내용이다. 가슴아픈 소설이었다. 광고가 주는 환상 때문에 죽은 동생에 대한 복수심에 광고담당자인 나를 찾아 맨홀 안을 헤매게 만들고, 결국 죽은 동생의 시체를 발견하게 만들고, 같이 죽으라고 맨홀 뚜껑을 무거운 것으로 눌러버리고 마는 영악한 아이 때문에 죽을 고비에 처한 나는 파이프 속을 기어간다. 파이프 끝에 있는 바다에 당도하기 위하여. 광고담당자인 나의 엄마가 유년시절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며 선물을 해주겠다고 하는 부분과, 언제부턴가 엄마에게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며 세상에 없는 물건들을 선물해주겠다고 하는 나의 이야기. 그리고 그 끝에 엄마는 다 받았다고 하며 희미한 미소를 짓고 죽는 장면에서 가슴이 너무 아팠다. 환상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맹목적으로 어른들이 안겨주는 환상,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제공하게 되는 환상 등에 대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