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줄거리를 정리해 본다.
산부인과에 가서 방사선사의 설명을 들으며 아내와 함께 아이의 흑백 입체초음파 화면을 본다. 아내는 어느 날 갑자기 내게 임신테스트기의 두 줄을 보여주면서, 소설을 쓰겠다고 했다. 뭘 쓰려고 하느냐고 물으니 아내는 내가 앉을 의자에 대해서 쓴다고 했다. 나는 방산시장에서 짐수레에 배달포장용기 등을 싣고 배달용기, 포장용기가 필요한 매장으로 제품을 나르는 일을 한다. 아내는 일터에서 의자가 필요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나에게 바보냐고, 벙어리냐고 울먹이듯 말했다. 소설 쓰는 데 필요한 것 없느냐고 묻자, 아내는 나무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무를 파는 목재소에 갔으나 종이로 만들 나무는 없다고 했다. 나는 아내에게 어떤 나무가 필요한 지 물어보려고 나무를 사지 않고 그냥 왔다. 사장은 에어컨 설치를 직원들(나와 막내)에게 직접 하라고 시킨다. 막내는 불평했지만, 나는 생활비와 월세 마련을 위해 아무 말 없이 에어컨 설치작업을 한다. 에어컨을 설치한 후 막내와 나는 밖으로 나왔는데, 가로등 아래에 나무판자가 보였다. 막내가 버리고 오겠다는 것을 내가 가져가겠다고 하며 집으로 가져온다. 아내에게 나무를 내밀었고, 아내는 미소지어 보였다. 사장은 창고의 물건들을 모두 다른 창고로 다 옮기라고 지시한다. 이삿짐업체에 맡기면 오백만원이 든다는 일을, 이백만원이 조금 안 되는 월급을 받는 우리가 한다. 점심시간이 되었고, 나는 편의점에서 간이의자에 앉아 식사를 한다. 사장은 퇴근 전 브리핑에서 어쩌면 직원 한 명을 해고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하고, 막내는 다음 날 보란 듯이 결근을 한다. 나는 막내가 결근한 날, 1분 1초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한다. 며칠 심한 노동에 시달려 누적된 통증으로 허리가 끊어질 것 같고 어깨까지 결리는 느낌이 들어서 화장실에 간다고 사장에게 보고하고 일부러 방산시장 종합상가 화장실로 간다. 방산시장 종합시장 화장실 변기의자가 바로 아내에게 말 못한 내 전용 의자였다. 많은 노동자들이 나와 같은 비밀 의자에 앉아서 가족사진을 보거나 영상통화를 한다. 나도 아기 초음파 사진을 본다. 어디서 뺑이치는 거냐는 사장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황급히 화장실에서 나온다. 내 옆 칸에서, 또 그 옆 칸에서 노동자들이 나온다. 이제 곧 출산이 다가온다고 하며 방사선사가 축하를 전한다. 산부인과에서 나오는 길에 아내는 이제 막 초고를 다 썼다고 했다. 나는 아내가 쓴 미완의 글을 읽기 위해 아내의 작은 공간으로 들어갔는데, 거기에는 소설이 아닌, 아주 작고 귀여운 나무 의자가 놓여 있었다.
라는 줄거리이다.
방사선사의 설명을 들으며 아내와 함께 아이의 흑백 입체초음파 화면을 보는 모습과 나의 일터에서의 모습, 일상의 모습 등이 지그재그식으로 겹쳐져서 서술되는 부분이 좋았다. 임신을 하고 나서 나에게 소설을 쓰겠다고 하던 아내는, 만삭이 되어 산부인과에 다녀온 날 초고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나는 아내의 소설을 보기 위해 아내의 작은 공간에 들어갔는데 거기에는 소설이 아닌, 아주 작고 귀여운 나무 의자가 놓여 있었다는 부분이 너무 따뜻하게 와 닿았다. 방산시장에서 배달용기 등을 나르는 일을 하는 나의 고된 일상에, 아내의 임신과 주기적인 초음파 검사를 통한 뱃 속의 아이의 존재 확인, 그리고 소설을 쓰는 아내가 나를 위해 준비한 나무 의자가 한 편의 소설에 조화를 이루며 녹아있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나의 태어날 아이에 대한 사랑, 아내의 나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으로 힘든 일상을 버텨내는 나. 그리고 나의 지친 일상에서 유일한 쉴 곳인 화장실 변기 의자. 소설을 읽으며 내 일상을 돌아보게 되었다. - 작품 링크 : [2024 경향 신춘문예 당선작 - 소설 부문 허성환] i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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