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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소설] 정은우, 묘비 세우기 : 제22회 창비신인소설상 수상작2025-03-25 13:06
작성자 Level 10

줄거리를 살펴 보면, 

 

재언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고 했다. 그는 이삿짐센터 트럭 기사로 일하고 있다. 연주가 다니는 출판사에서는 중고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문제집을 출간했다. 점심시간쯤 연주는 재언이 사다리에서 떨어져서 병원 이송 도중 사망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작년 여름에 재언은 처음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겠다고 했다. 연주는 새 플라스틱 숟가락을 뜯어 남은 아이스크림 가운데에 꽂아 냉동실에 넣어두곤 했다.

재언은 화장한 후 집 근처 산에 뿌리기로 했다. 연주가 편집과 간행을 맡았던 수학2 문제집이 화근이 되었다. 풀리지도 않고 이해할 수도 없는 문제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리뷰 때문이었다.

재언은 자개장과 함께 운반용 리프트에서 낙하했다. 재언의 부모님은 지친 낯빛으로 이삿짐센터 계장이 건네는 위로금을 수락했다.

연주는 최선생에게 문제를 정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최선생은 결국 수락했고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메일로 보내왔다.

연주는 상자에서 삐져나온 재언의 티셔츠를 입어도 되는지 허공에 대고 재언에게 물었다. 연주는 재언의 짐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냉동실 안의 아이스크림통에서 새 플라스틱 숟가락들을 다 뽑아 버린 후 아이스크림통들을 닦아냈다.

연주는 까마득하게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 간신히 재언의 이름을 불렀지만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았다.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최선생의 메시지가 왔다. 문제가 잘 해결되었다니 다행이라는 답장이었다. 연주는 나가려다 천장의 전등에 이마를 부딪혔다.

 

라는 내용이다.

 

재언도 연주도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 재언은 그 꿈을 꾸고 나서 일을 하다가 사망했다. 그리고 연주는 전등에 이마를 부딪혔다. 재언은 묘비도 없이 뿌려졌고, 그래서 연주는 아이스크림 안의 플라스틱 수저 묘비들을 다 뽑아내고 아이스크림통을 깨끗이 씻는다. 재언도 묘비가 없는데 아이스크림이 묘비가 있는 게 마뜩치가 않아서.

재언이 세상에 없어도 연주는 회사에서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재언의 짐들도 정리한다. 재언의 부모님은 지친 낯빛으로 회사에서 전달한 위로금을 수락했지만, 연주에게는 재언의 죽음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그 어떤 권한도 없다. 법적으로 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잔잔한 소설의 서술들 속에 연주와 재언의 마음과 생각이 녹아 있다. 묘비라는 단어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그려보고자 했던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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