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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소설] 지혜, 볼트 : 2018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2025-03-26 13:36
작성자 Level 10

줄거리를 살펴 보면, 

 

나는 삼촌의 공장에 가고 있다. 상호도 직원도 없이 삼촌 혼자 꾸리는 공장이다. 삼촌이 컨테이너에서 나왔다. 많은 개들과 함께 공장에서 살고 있는 삼촌은 왼손 검지가 마디 하나만큼 잘려져서 골무를 끼고 있다.

삼촌은 불법체류자로 일본에서 일했다. 삼촌의 소포에는 편지와 지폐가 들어 있었다. 삼촌이 떠난 지 딱 십 년이 되던 해에 우리 가족은 영구 임대아파트로 이사했다.

삼촌은 나에게 밤을 따자고 했다. 나는 개들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개들의 이름은 전부 다 일본어였다.

삼촌에게 나는 공장 지붕 한가운데 튀어나온 얇은 철근을 손으로 가리키며 뭔지 물었고, 삼촌은 아시바라고 답했다. 그리고 볼트를 너트에 끼우며, 이건 보루토와 낫토라는 거라고 말했다.

삼촌은 나에게 어린이용 전자 피아노를 보낸 적이 있었다. 나는 한동안 건반도 알지 못한 상태로 혼자 피아노 건반을 누르곤 했다. 전자 피아노는 이사 이후 감쪽같이 사라졌다.

삼촌의 녹청색 골무에는 좁쌀만 한 구멍이 나 있었고, 텅 빈 안쪽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삼촌은 가겠다는 나에게 공장 안에서 둥그렇게 뭉쳐진 지폐 뭉치를 건넸다. 나는 한사코 거절했지만 삼촌은 내 품에 돈뭉치를 밀어 넣었다.

나는 가는 길에 정이를 불렀고 아시바를 봤다. 빈속에 밤을 너무 먹었는지 배가 아팠다. 차를 세우고 휴게소 화장실로 들어갔다. 나는 무언가 찰랑, 하고 물속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그것이 볼트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휴게소 매점에서 감자구이를 사서 입에 넣었다. 주차장 너머 공터에서 새 건물을 짓는 공사를 하고 있었고, 아시바들이 보였다. 공사장 밖으로 삐져나온 아시바를 보고 나는 꼭 발 같다고 생각하며 감자를 마저 먹었다.

 

라는 내용이다.

 

볼트와 너트, 아시바와 정이, 그리고 어린이용 전자 피아노와 소포 안에 삼촌이 보냈던 편지와 지폐들, 내가 가겠다고 했을 때 삼촌이 건넨 둥그렇게 뭉쳐진 지폐 뭉치. 그리고 휴게소에서 볼트가 물속으로 찰랑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아시바를 보며 감자를 먹는 주인공이 머릿속에서 하나의 이미지처럼 그러졌다.

재밌게 읽었지만, 마음 한켠이 무거웠다. 불법체류자로 외국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벌어 엄마에게 돈을 보내는 가장 노릇을 해 주었던 삼촌, 그러나 삼촌은 일을 하며 왼손 검지가 잘려져 골무를 끼고 살아간다.

삼촌의 인생에는 뭐가 남았을까. 결국 혼자 상호도 없이 운영하는 공장 하나가 남아있을 뿐이다. 그리고 공장으로 모여들어 함께 살게된 개들이 남아 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 외국에서 불법체류자들이 몰려와 일을 하며 살지만, 그리 오래지 않았던 과거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가서 불법체류자로 일하던 시기가 있었다는 것, 그 시기를 거쳐 우리가 경제발전을 이룩했다는 것이 다시금 생생하게 기억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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