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당신은 치아가 없어서 음식물을 온전히 씹지 못한다. 아내는 함께 틀니를 하러 가자고 하며 당신과 옥신각신한 적이 있었다. 당신은 민경에게 전화를 걸어 오빠가 괜찮은지 전화해 보라고 했다. 꿈자리가 뒤숭숭하다고 하며. 시장에서 더덕을 깎아 팔며 당신은 우리를 키웠다. 그리고 지금도 당신은 더덕을 깎아 판다. 나는 선박용 구조물을 생산하는 하청회사에 취직했다. 일은 고됐고 나는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일해야 했다. 후에 번듯한 선박 회사에 입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당신은 정말 좋아했다. 소쿠리가 거리에서 나뒹군다. 당신이 장사하던 자리에 장 집사가 테이블을 놓았다. 당신은 장 집사와 자리다툼을 하며 싸웠다. 옷가게 여자는 당신을 데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고, 뉴스에서는 어제 발생한 사고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장 집사는 어제 일어난 사건 때문에 모였다고 하며 당신의 동의를 구했다. 찬송가가 울렸다. 민경의 전화가 왔다. 그리고 당신은 그럴 리가 없다고 하며 허겁지겁 가게 문을 나섰다. 당신은 거리의 가운데에 멍하니 서 있었다. 방향감각을 상실한 사람처럼. 당신은 흩날리는 눈발 사이로 달렸다. 당신이 지나간 자리에 놓여 있는 신발 한 짝을 나는 당신꼐 건네고 싶지만 건넬 수가 없다. 당신이 떠나버린 내 몸의 무게가 너무 가볍다. 라는 내용이다. ‘아무리 엄지로 짓눌러도 꾸역꾸역 살아내는 개미와 당신은 닮아 있다’ ‘사람은 저마다 짊어질 수 있는 무게의 양이 한정되어 있답니다. 너무 무거워지면 버티지 못하는 법이니까요.’ 등의 문장들이 마음에 와 닿았다. 소설 속의 ‘나’는 ‘우석’이고, 나의 영혼이 당신을 바라보며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들로 이 소설은 채워져 있다. 당신이 성공했다고 하는 아들 우석은 결국 죽은 영혼이 되어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은 당신의 아들 우석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향감각을 상실한 사람처럼 길 한가운데에 멍하니 서 있다가 달리기 시작했다. 신발 한 짝을 벗어둔 채로. 내가 없는 시간을 살아야 하는 당신이 걱정되어서, 억척스레 살아오며 나와 민경을 키운 당신에게 미안해서, 나는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마지막 말이 있어서, 그렇게 당신이 떠나갈 때까지 당신이 있던 자리에서 당신을 바라본다. 소설이 나에게는 참 서정적으로 와 닿았다. 영화 ‘사랑과 영혼’을 떠올리게 만들면서도 그것과 다른 소설만의 매력이 있어서 한참동안 멍하니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