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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소설] 원재운, 상식의 속도 : 2016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2025-03-29 14:11
작성자 Level 10

줄거리를 살펴 보면, 

 

브레이브 호는 알큐비에르 매트릭스가 탑재된 첫 우주선이다. 출발한 지 142일 만에 쌍둥이자리의 카스토르 근처에서 외계종족 젬(Gem)에 의해 격추당했다. 생존자는 없었고, 발견된 잔해들 사이에는 메인 엔지니어 존 바티스타의 헤드기어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메모리 속의 기록을 발췌 및 정리한 내용을 이곳에 기록했다.

헤드기어를 쓰고 나는 어렸을 적 꿈이었던 화가가 된다. 선장은 헤드기어를 거의 쓰지 않는다. 나는 헤드기어를 쓰고 딸의 그림을 채색하고 종이를 말리기 위해 바람을 부른다. 문득 고향, 아칸소가 떠올랐다. 황혼이 깃든 드레스 차림의 딸이 내게로 다가오고, 다가오는 걸음마다 딸은 변모한다. 마지막으로 본 아내의 모습이 되려다, 되기 전에 멈춘다. 딸이 나를 바라보고 있고 혀가 자라난다. 프로그램 종료, 란 단어를 계속해서 떠올리는데, 이어지는 항목의 열람을 위해서는 보다 높은 등급의 권한이 필요하다는 인증 안내 메시지가 뜬다.

제갈량, 노트퀴어, , 아벨 로드리게스의 검색이 이어지고 해당 설명이 나온다.

1종 경계경보가 발령되었다고 해제되고 새로운 항목의 생성이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그리고 브레이브호의 블랙박스에 대한 정보가 나온다.

헤드기어를 억지로 벗어던진 존 바티스타가 힘없이 주저앉는다. 고개를 든 존은 사람 모양을 한 흙덩어리와 눈을 맞춘다. 위태로운 달싹거림이 끝나고 남은 것은 존의 얼굴이다. 그의 오른 손이 전동 드라이버를 움켜쥔다. 똑같은 두 얼굴이 서로를 마주본다. 그것은 전동 드라이버를 들고 걸어간다. 화면에 남은 것은 존의 사체와, 행성이 우주를 떠다니듯 부유하는 주홍물방울뿐이다.

블랙박스의 기록은 이것으로 끝나고 발견된 브레이브호의 사망자는 모두 전동 드라이버에 몸 곳곳이 뚫린 모습이었다.

그리고 소설은 당신의 권한으로 새로운 항목을 생성합니다. 작성을 시작해 주십시오.’로 끝난다.

 

라는 내용이다.

 

이 소설은 소설이 아닌 것 같은 그런 소설이었다. 블랙박스의 데이터를 기록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점점 높은 등급의 권한이 필요한 정보로 옮겨 가고,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새로운 항목을 작성하라는 메시지로 끝난다.

브레이브호의 사망자들은 모두 전동 드라이버에 몸 곳곳이 뚫린 모습이었다는 마지막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딸이나 아내라는 단어가 없어진 브레이브호에서 인간적이라는 단어도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흙과 입을 맞추고 눈을 맞추고 흙의 색깔을 살구색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전동 드라이버가 등장하고, 결국은 자기 자신의 몸을 스스로 전동 드라이버로 뚫어버리고 사망하게 되는 이야기로 나는 읽혀졌다.

새로운 항목은 소설을 덮으며 상상하게 될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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