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엔진오일을 교체하러 카센터에 가야 해서, 본의 아니게 날을 새고 있다. 조금 자려고 했는데, 소설 몇 편을 프린터기로 인쇄하고, 유투브로 동영상도 좀 보느라고 날을 새고 있다. A4 용지 출력물들은 쌓여가고 있고, 나는 그것들을 열심히 읽어야 한다.
소설 공부 하기 좋은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읽어야 할 작품들은 엄청나게 많고, 현재 백수상태이니, 공부할 수 있는 시간도 많고, 소설강의도 열심히 듣고 있고, 그동안 조금씩 사 둔 종이책도 한가득 쌓여 있고... 몇 달의 백수생활 기간 동안, 기본적인 공부를 다 해 두자고 생각하고 있다.
이젠 나에게 소설이 있으니, 회사생활도 좀 더 여유있게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목표는 올 한해 백수로 지내는 건데, 어떻게 될 지는 잘 모르겠다.
새벽에 깨어 있는 게 오랜만인 것 같다.
나와 함께 있어서 너무 좋아하시는 우리 아버지에게 요즘 혼자만의 시간을 자주 드리고 있다. 나 혼자 소설도 읽고, 음악도 듣고, 소설도 끄적여 볼 시간이 필요해서 종종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어 외출한다. 처음에는 심심해하시고 허전해하셨던 아버지가 이젠 시계를 보시며 나의 외출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신다. 그래도 아직은 아버지와 함께 자주 드라이브도 다니고, 술자리도 자주 만든다.
내 나이가 되니, 내가 좋아했던 소설이라는 장르가 더 특별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작년부터 다시 소설을 조금씩 끄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 편의 소설을 이 공간에 올렸다. 올리고 나니 더 잘 쓰고 싶어졌다.
어젯 밤에도 엄마 꿈을 꿨다. 엄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는 꿈. 하늘에서 나를 지켜보고 계시나 보다.
윤회는 믿지 않지만, 영혼은 있다고 믿는다. 영혼은 형체가 없지만, 에너지장 같은 걸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과학자들은 뇌가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말하지만, 뇌라는 장기 자체가 워낙 미묘하고 알 수 없는 장기가 아니던가.
동생이 꿈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 누나, 나 안 죽었어. 이렇게 누나 옆에 항상 있잖아. 라던 말이.
뇌라는 장기가 만들어낸 동생의 허상이겠지만, 내 뇌 속에서 동생이 살아있다면, 존재한다면, 그건 바로 동생의 영혼과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것 아닐까.
엄마와 동생이 먼저 내 곁을 떠난 후, 죽음이라는 게 두렵지 않게 됐다. 누군가를 떠나 보내는 것도, 내가 이 세상을 떠나는 것도, 일생에 한번씩은 겪어야 할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나는 받아들이게 되었다.
뇌가 있는 인간으로 태어나서 행복하다.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고, 뭔가를 고민하고 사유할 수 있고, 그래서 뭔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쓸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고, 추억이라는 것과 지금은 내 곁에 없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꿈속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등... 뇌라는 장기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 참 많다.
4시 33분. 차라리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일찍 아침을 맞이할까 하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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