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아내는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남자는 로드킬을 했을 때에도 차를 세우지 않았다. 그런 일에 왜 신경을 쏟아야 하는지 알 수 없었고, 그 모든 일의 원인을 아내에게 전가했다. 아내는 된장국의 간을 보고, 밥을 푸고, 마른반찬을 꺼냈다. 몹시 더운 여름, 외근을 나온 남자는 일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집으로 갔다. 집에 갔을 때 아내는 안방에서 벌거벗은 상태로 이불도 덮지 않은 채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잠을 자고 있었다. 남자는 도망치듯 집을 빠져 나와 회사로 향했다. 남자는 과실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아내는 남자더러 평생을 그렇게 기다려 주는 법이 없다고 화를 냈다. 여자가 낮에 벌거벗은 상태로 잠을 자고 있었던 날, 남자는 침대 밑에서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지갑을 발견했다. 지갑 안의 신분증을 보니, 일 년 전에 차를 팔았던 영업사원이었다. 남자가 영업사원을 찾아가 만난 후 아내는 조금씩 말을 잃었고, 밥을 먹으라거나 국을 더 먹겠느냐는 말만 반복했고, 한밤중에 소리 죽여 울고 있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 남자의 기억 속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한 마리의 짐승을 치었다. 그는 돌연 식욕을 느꼈다. 기억력이 조금씩 감퇴했고, 모든 것들이 비확실한 시간과 엉키기 시작했다. 회사생활에도 지장이 생겼다. 후배는 상사의 언질로 회사 근처에서 아내를 만나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고, 남자는 이성을 잃어 후배의 귀를 물어뜯었다. 늙은 아내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고, 그는 깊은 슬픔에 빠져 두 귀를 막았다. 남자는 곧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었다. 라는 내용이다. 치매에 걸린 남자가 주인공이다. 남자는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고, 회사에서도 결국 문제를 일으켜 해고당하고, 그런 남자를 뒷바라지하며 아내는 종종 눈물을 터뜨린다. ‘아내는 도덕적인 여자’이고, 남자는 가정을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남자와 아내 사이의 오해의 골이 깊어지고, 결국 남자에게 서서히 나타나던 치매증상이 심해진다. 로드킬을 해도 차를 세우지 않는 남자는 모든 걸 아내의 탓으로 돌리며 살아간다. 아내는 집안일에 있어서 더 완벽하게 해내고, 남자의 치매증상은 점점 심해진다. 처음에는 치매 환자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소설의 중간 부분부터 아내가 남자에게 지금이 아침이냐고 하는 부분에서 남자가 치매 증상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게 되었다. 아내를 주인공으로 이 소설을 썼다면 이 소설이 지금처럼 매력있게 다가오지 못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