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다. 내가 벌써 오십년을 살았다니. 파도치는 바닷물처럼, 그렇게 오십년을 살았다. 그런데 정작 나는 아직도 철이 안 들었다. 사회생활을 이삼십대의 젊은 사람들과 함께 해서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의 정신연령은 그들의 높이에 맞춰져 있다.
나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이젠 오십년을 살았다는 걸 받아들이기로 했다. 좋은 점도 있다. 삶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많이 자연스러워 졌다. 웬만한 일에는 충격받지 않을 만한 내성도 생겼다.
아버지는 요즘 더 건강해 보인다. 육체적인 부분이야 뭐 어쩔 수 없는 거지만, 마음이 편하신 건지 더 건강해 보인다. 잘 웃으시고, 편해 하시니 다행이다 싶다.
내 나이도 믿어지지 않지만, 아버지의 나이는 더 믿어지지 않는다. 우리 아버지가 내년이면 팔십세라니. 십년은 더 건강하게 사셔야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알겠다고 하며 고개를 끄덕이신다. 사실 날이 십년 남짓 남으신 거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 마음이 조금 씁쓸해졌다. 흘러가는 시간을 정지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원고지 13장을 더 채우면 어쨌든 소설 한 편의 분량은 다 채우는 셈이다. 나이를 먹었어도 소설은 여전히 유치하고, 잘 써지지 않는다. 그래도 내 만족을 위해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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