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2024년이 끝난다. 올 한해는 유난히 바쁘고, 유난히 정신없이 살았던 것 같다. 이사도 했고, 이직도 했는데, 다시 건강이 좋지 않아서 회사를 그만두고 쉬고 있다. 아프지 않았다면 아마도 나는 회사에 출퇴근을 하며 계속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가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내 개인적인 삶에 충실하려고 한다.
2024년은 이렇게 끝나고 있다. 올 한 해, 직장 다닌 것 말고는 뭔가 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출퇴근만큼은 열심히 했던 한 해였다.
다시 소설을 쓰겠다고 조금씩 끄적여 본 2024년이기는 했다. 내 삶에 대해 조금 생각해 볼 수 있는 한 해였고, 내년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했다.
오늘 새벽에 엄마가 꿈에 나와서 나를 따뜻하게 안아줬다. 엄마 품이 너무 따뜻하고 부드러워서 꿈에서 깨고 나서 한참동안 멍하니 있었다.
2024년, 나의 한 해는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그래도 지난 달에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정말 오랜만에 책도 읽고 낙서도 하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여행도 많이 하며 지낼 수 있어서 행복했다.
2025년 한 해는, 현실적인 삶은 조금 뒤로 미루고, 나에 대해 집중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내가 살아왔던 시간들, 내가 살아가야 할 시간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엄마는 늘 나에게 꿈 속에서나마 무언의 메시지를 준다. 이젠 잠깐 쉬어 가라고 엄마가 나에게 말씀하시는 것만 같다.
현실적이지 못한 내가 참 열심히 현실적으로 살았다. 늘 꿈에서 살던 내가 꿈에서 깨어나 내 삶을 열심히 살아왔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제 다시 예전의 내 모습으로 잠깐동안이나마 돌아가 보려고 한다. 약간은 꿈 속에서 살고, 약간은 비현실적으로 살아도, 잠깐동안은 괜찮지 않을까.
2024년 한 해는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던 한 해였다. 매 직장에서마다 좋은 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들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좋아해 주셨던 분들과, 그분들과의 소중했던 시간들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 딸이 직장생활 하는 시간 동안 혼자 침대에서 책을 읽거나 티비를 보며 시간을 보내시느라 많이 외롭고 심심하셨을 텐데, 그래도 아직까지는 연세에 비해 건강하게 지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요즘 아버지와 여행을 많이 했는데, 여행할 때마다 운전하는 내 손을 꼭 잡아주시고, 다정하게 이야기 해 주시는 아버지와의 시간들이 너무 소중해서 오래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내 소중한 대학 친구들. 한 친구는 신랑과 골프 치느라 바쁘고, 또 한 친구는 딸과 여행하느라 바쁘다고 한다. 지금까지 각자의 인생길을 걸어오며 많은 힘든 일들을 이겨내고 지금 잘 살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이제서야 우리의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게, 나이를 먹었다는 건 조금 슬프지만, 자신을 챙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면에 있어서는 참 좋은 것 같다.
이제 50살을 보내고 51살을 맞이하게 될 나. 나이를 기억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왔듯, 앞으로도 기억하지 말고 살기로 하자. 조금은 철없게, 조금은 어설프게, 조금은 가볍게, 그렇게 남은 내 인생을 살아가기로 하자. 뭔가에 미련을 갖지도 말고, 뭔가를 후회하지도 말고, 그냥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처럼, 내 현재의 삶에 충실하며 그렇게 살아가기로 하자.
그 어떤 부담도 갖지 말고, 그 어떤 집착도 하지 말고, 그냥 편하게 흘러가는 대로 살기로 하자.
그래도 50년을 잘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편한 시간들도 있었고, 힘든 시간들도 있었고, 충격적인 시간들도 있었지만, 사람들을 사랑하며 산 시간들이 많았다는 것이 내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 준다.
앞으로도 내 삶을 사랑하며, 나를 사랑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2024년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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