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후 복직을 해야 하는데, 더 쉬어야 할 것 같아서 복직이 불가하다고 회사에 말했고, 그래서 전자사직원을 보내줘서 작성해서 방금 발송했다. 내일 사직원 처리가 될테고, 나는 이제 휴직이 아닌 퇴사가 되니, 백수가 되는 거다. 당분간은 백수로 지내려고 한다.
사실 두어달 휴직하고 나니, 업무 내용도 다 잊어버려서 다시 복직해도 한동안은 힘들 건데, 요즘 회사가 일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까지 들으니, 차라리 조금 쉬는 게 낫겠다 싶었다. 가장 즐겁고 편안하게 일했던 회사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사람들의 감정을 받아주고, 그 감정을 좋은 감정으로 바꾸려고 노력하는 일이, 때론 보람있고, 떄론 지치기도 한다. 나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그래서 일이 지루하지 않지만, 그래서 또 힘들기도 하다. 끝없이 사람들을 상대하며, 그들의 요청사항들을 처리해주고, 불만사항들을 감당하다 보면, 장기간 일하면 내 감정이 온전하지 못한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조금 일하고 자주 쉬는 편이고, 필요한 만큼만 일하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그동안은 쉴 수 없는 상황이라서, 열심히 일하며 살았다. 하지만 이젠 조금은 쉴 수 있으니, 내 감정을 더 신경쓰며 살고 싶다. 내가 건강해야 회사일도 잘 할 수 있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일을 해야, 일을 하는 동안 즐거울 수 있다.
회사에서는 돈을 거의 안 쓰는 편이다. 그렇게 아낀 돈으로 아버지와 둘이서 즐겁게 소비를 하는 편이다.
열심히 살았던 7개월이었다. 아프지 않았다면 더 일했을 텐데, 오래 일하고 싶었던 직장이었는데, 나는 몇 달 일하면 꼭 퇴사할 사유가 생긴다. 운명이다 싶다. 아버지가 편찮으시거나, 내가 아프거나, 혹은 다른 일이 생기거나... 장단점은 있다.
내가 아프다고 쉰 적은 많지 않다. 보통은 아파도 약을 먹고 출근하고, 아파도 휴무일 맞춰서 병원에 가고 그랬으니까. 지각, 결석은 거의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래로 지금까지. 내가 아프다고 퇴사해 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병이 재발하고 나니, 그리고 이젠 중년의 나이에 접어드니, 게다가 부양해야 할 딸린 가족은 없으니, 이젠 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죽는 날까지 일만 하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닐 거라는 생각. 이젠 행복한 일들, 하고 싶은 일들을 해 보라는 친구들의 충고. 그리고, 아버지마저, 이젠 직장을 그만 쉬면 안 되느냐고 하시는 찰나에, 병이 재발했다.
열심히 돈만 벌고 살아왔던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누구나 다 그렇게 살아간다. 먹고 살기 위해,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사랑이라는 이름과 생존이라는 이름은 돈을 좇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내가 돈이 많았던 적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부모님 덕택에 편안하게 살았던 시간들이 있어서, 돈이라는 게 중요하지만 전부는 될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돈은 필요하기 때문에, 언젠가 나는 다시 아르바이트라도 하게 될 것이다. 이젠 무리하게 일만 하며 살고 싶지는 않다. 내 건강을 먼지 챙기고 싶다. 내가 있어야, 일도 필요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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