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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소설] 남현정, 그때 나는 : 2021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2025-03-18 13:54
작성자 Level 10

줄거리를 살펴 보면, 

 

나는 산꼭대기에 있었고 끝없이 장대를 기어오르는 머리없는 한 존재를 바라봤다. 나는 계속 걸었다.

빨간 세단 하나가 들썩이며 움직이고 있었다. 열린 문으로 한 사람이 빠져나왔다. 이 개의 얼굴을 한 사람은 독이 있는 벌레를 죽였다고 나에게 말했다. 그때 하늘에서 새가 떨어졌다. 붉은머리새는 죽기 전 30초 정도 더 살았다.

붉은머리새가 떨어진 자리에서 소리가 나서 보니 토끼였다. 토끼는 붉은머리새를 입으로 물고 어디론가 재빨리 뛰어갔다. 나는 절룩거리고 있었다. 토끼가 다이빙해 들어간 구멍을 바위로 막고 흙으로 덮었다. 눈 앞의 구멍을 막고 나면 다시 또 다른 구멍이 보였고 그렇게 구멍은 계속 나타났다. 나는 구멍이 보일 때마다 이 짓을 반복했다.

나는 라쉘휘 트히슽이란 소리를 내는 지팡이를 붙들고 일어섰고, 벤치에 앉았다. 나는 너무 허기지고 목이 말랐지만, 썩은 토마토를 먹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못으로 가서 목을 축였다.

그때 개의 얼굴을 한 자가 나의 상태를 살피더니, 나에게 빨간 토마토 한 알과 브랜디를 가져다 줬다. 나는 브랜디를 핥아 먹었다.

 

라는 내용이다.

 

네 발로 기어다니는 원시 인간을 상상하며 이 소설을 읽었다. 은유와 비유로 가득한 이 소설은 나에게 조금 어렵게 느껴졌지만, 삶을 빗대어 이야기한 소설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또 친근하게 다가왔다.

벌레와 붉은머리새는 죽기 전 30초 정도 더 살았고, 그 최후의 30초는 죽음 앞에 선 산 자의 모든 생이 집약된 시간이며 모든 생이 집약되는 불가능이 일어나는 시간이다’.

나는 바지의 왼쪽 주머니에 넣어서 망가진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붉은머리새 한 마리가 더 하늘에서 떨어져 죽기를 바라고, 그런 나의 바람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생각하게 된다.

토끼는 붉은머리새를 물고 가고, 나는 방관자적 입장으로 그 어떤 태도도 취하지 못한 채 바라보기만 한다.

죽지도 못할 운명보다는 죽을 운명으로 태어나는 게 더 축복일까? 그것이 벌레의 생이라도?’ 라고 작가는 소설 속에서 벌레들에게 묻고 있다.

보행이 힘든 나에게 신이나 다름없는 지팡이가 나타나고, 나는 이 지팡이를 신처험 의지하며 벤치에 앉아 세상을 바라본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말한다. ‘내가 스스로 죽는 것과 죽임을 당하는 것은 완전하게 다른 문제였다.

그리고, 결국 빨간 세단이 가져다 준 썩지 않은 토마토와 브랜디로 목을 축이며, 나는 빨간 세단을 믿어야 했다고 말한다. ‘산 속의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고 하며.

인생에 빗대어 모든 은유와 비유들을 생각해 가며, 조심스레 이 소설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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