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트북에 소설 관련 낙서를 모아둔 파일이 하나 있다. 초저녁에 실컷 자고 뒹굴었더니 정작 밤에 잠이 안 와서 오늘은 작정하고 그 파일을 뒤졌다. 역시나 건질 것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숱하게 낙서를 하고 버렸다는 사실이 약간 놀라웠다. 지금은 그런 낙서 조차도 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아버지를 간병하던 시기에는 소설 관련 낙서를 많이 했던 것 같다. 희한하게 낙서는 잘 됐으니까. 너무 단순하고, 사건이 없고, 이야기성이 없어서 결국 다 버렸지만, 뭐라도 쓰기는 했던 것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낙서 하나 조차 하기가 힘들다. 그래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지금까지 소설 두 편을 끼적이기는 했다. 올해는 정말 많이 쓰고 싶은 해였는데, 그렇지는 못할 것 같다. 뭘 써야 할 지도 모르겠고, 머릿속이 백지상태가 되어 버린 느낌이 든다.
오늘 저녁에 보르헤스의 <셰익스피어의 기억>을 꺼냈다. 이번 달 말까지 천천히 읽을 생각이다.
소설 낙서 창고를 뒤졌는데, 결국 하나도 건질 게 없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그 낙서 창고 안에서 한두 개 정도의 낙서 한 줄씩을 건지기는 했다. 그게 잘 부화될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다. 뭔가 써 봐야겠다는 생각만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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