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살펴 보면, 문을 열고 들어섰다. 하얗게 칠해진 쇠창살로 둘러싸인 한 평 남짓한 공간에는 드럼 세탁기가 비치되어 있다. 5층 높이에 총 열다섯 가구가 거주하는 M빌라의 공용 세탁기이다. 2층을 지날 때는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릴리향을 내뿜는, 아이보리색 물방울무늬 팬티의 주인으로 유력하다. 집에 놈이 왔다. 집주인인마냥 천연덕스럽게 누워서 TV를 보고 있는 놈이다. 놈은 에로물을 기획하는 잘나가던 디렉터였다. 하지만 비디오 렌털 자체가 사양산업이다 보니 일이 계속 줄었다. 놈은 일본행을 택했다. 에로물 시장조사를 하겠다는 이유로. 놈은 DVD플레이어에 가와이 치녀를 넣어 나에게 비디오를 보여줬다. 그러더니 책상 앞으로 가서 컴퓨터를 켠 후 이이지마 상이 죽었다고 말했다. 일본 AV계의 살아있는 대모이자 에로배우라고 하면서. 놈은 크게 하품을 한 뒤 담배를 물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 사이에 DVD플레이어에 비디오를 넣고 영상 하나를 보았다. 놈이 들어오더니 오이시를 롤 모델로 삼겠다고 하며 그런 여자를 꼭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놈은 그런 여자를 찾았다고 했다. 빌라 2층에 사는 여자였다. 놈은 그 여자에게 간호사복을 입혀 에로물을 찍었다. 여자는 전직 간호사였고, 부모님 병원비 때문에 빚이 많아서 에로물을 찍게 된 거라고 했다. 중년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쇠창살을 열고 세탁기 앞을 서성인다. 303호, 옆집 남자였다. 남자는 세탁기에 손을 넣어 분홍색 레이스 팬티를 꺼내 팬티를 뭉쳐 코로 크게 들이마셨다. 옆집 남자의 양손이 바지 주머니 속으로 금세 사라졌다. 남자는 오늘도 자신의 방에서 애꿏은 단백질만 축낼 것이다. 라는 내용이다. 단백질 도둑이 누구인가 했다. 내용상 봤을 때는 공용 세탁기에서 여자 속옷을 훔쳐 성욕을 충족시키는 옆집 남자가 아닌가 싶었다. 일본 AV 에로비디오 영상들을 보며 친구와 에로배우와 비디오 영상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의 소설이었다. 남자들 세계의 이야기라 낯설었지만, 낯선 세계의 이야기가 잘 풀어져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