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들을 다 미뤄두고 아버지와 데이트를 하고 왔다. 메밀차를 한 잔 책상 앞에 두고 잠시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두 시간동안 숙제도 조금 하고, 나만의 시간도 조금 가져야 겠다. 내일 아침에 출근해야 해서, 오늘도 일찍 자야 한다. 일찍 자야 하는데, 자리에 누워도 새벽까지 잠이 안 온다. 밤낮이 바뀌어 고생 중이다.
내가 아버지에게 잘 하는 말이 있다. 이제 어떻게 살지? 라는 말.
힘들 때마다 아버지에게 그렇게 물었고, 아버지는 다 잘 될 거라고 늘 말씀하셨다. 넉달을 푹 놀았더니 통장 잔고가 여유가 없다. 오후 알바를 구해야 하는데 안 구해진다고 했더니, 아버지가 구해질 테니 걱정말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늘 나를 믿으시는데, 나는 나를 믿지 못한다.
정말 힘들었던 때에도 잘 살아왔는데, 지금이야 뭐... 싶다가도 불황이 깊어지니 일자리가 없을까봐 전전긍긍하게 된다.
난 언제쯤 다시 편하게 살까? 하고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아버지가, 곧, 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웃었다.
소설은 고쳐지지 않고, 숙제를 해야 하는데 숙제도 잘 되지 않고... 메밀차는 뜨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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